"무방부제 수제빵 1000원" 알고보니…'소비기한 내년 1월18일' 한국 점령하는 중국빵[C쇼크, 벼랑 끝 K산업|식품]①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의 한 무인 빵집 벽에 걸린 현수막 아래 모녀가 빵을 하나씩 골라 계산하고 나갔다.
진열 제품 일부는 HACCP 마크와 함께 소비 기한이 일주일 남짓인 국내 생산 제품이었으나, 매장 40%를 채우고 있는 건 중국산 빵이었다.
중국산 저가 빵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존제 범벅' 중국빵
중국산 빵, 올해 4000만달러 육박 전망
지하철역·무인빵집에 대형마트·편의점서 판매
보존료, 기준치 이하지만 검출 건수↑
업계 "소비 기한 내 유통 관리 우려"
'무방부제 수제빵 1000원(일부 품목 제외)'.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의 한 무인 빵집 벽에 걸린 현수막 아래 모녀가 빵을 하나씩 골라 계산하고 나갔다. 매장 앞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해썹)인 'HACCP 인증을 받았다'는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매장에 진열된 빵 하나를 들어 포장지를 살펴보니 '원산지 : 중국'이 적혀 있었다. 소비 기한을 의미하는 '2027-1-18'도 찍혀 있었다. 진열 제품 일부는 해썹 마크와 함께 소비 기한이 일주일 남짓인 국내 생산 제품이었으나, 매장 40%를 채우고 있는 건 중국산 빵이었다.
중국산 저가 빵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천원빵'으로 불리며 지하철역, 무인 빵집을 비롯해 편의점, 마트 등 유통 채널로 서서히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빵을 디저트나 식사 대용으로 먹는 소비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국내 빵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값싼 빵을 찾는 수요에 맞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중국 빵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과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산 빵류 수입량은 8495t, 수입액은 2989만달러(약 39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3%, 39.1% 증가했다. 중국산 빵 수입액은 2024년 1890만달러에서 지난해 2978만달러로 57.5% 증가했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규모가 4000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운 역대 최대 기록을 올해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로 유입되는 전체 수입산 빵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중량 기준 42.5%에 달하며 가장 크다. 금액 기준(28.9%)으로 최대 수입국이다. 수입산 빵 중 중국산 비중은 2024년 26.3%(중량), 16.0%(금액)였으나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각각 16.2%포인트, 12.9%포인트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식빵이 전체의 60%를 넘겨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산 빵 수입 등록 건수도 급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에 따르면 중국산 빵 수입 등록 건수는 2024년 86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66건으로 12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0월 말 현재 2276건으로 지난해 연간 기준의 2배 이상 등록이 이뤄졌다. 식빵, 모닝빵, 단팥빵, 카스텔라 등 기본 빵부터 다코야키, 크로켓, 와플, 에그타르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중국산 빵은 지하철역 내 매장이나 무인 빵집 등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창고형 할인마트에서 중국산 빵이 대량 진열돼 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종종 올라온다. 대형 편의점에서도 중국산 빵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주로 비닐 포장된 빵 형태로 판매되며, 포장지에는 제품명이나 원재료, 용량 등이 한글로 표기돼 수입 빵인지 구분은 사실상 불가하다. 제품 상세설명란에 적힌 원산지를 소비자가 꼼꼼히 살펴야 확인 가능하다.
중국산 빵 수입이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국내 빵 물가 상승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제빵 시장은 원재료값 상승과 프리미엄 제품 출시 등으로 빵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3000원 이상에 판매하는 식빵 한 봉지가 중국산의 경우 1000원 수준에 구매가 가능하다. 밀을 비롯한 원재료값, 인건비 등이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산 빵이 국산 빵에 비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빵 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저가 커피가 흥행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빵이 과거에 비해 더 보급되다 보니 매일 비싼 빵만 먹을 수 없고, 빵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들도 가격이 덩달아 올라 풍미나 맛은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싼 중국산 저가 빵이 폭넓게 공급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를 비롯한 각종 디저트 유행이 최근 수년간 지속되면서 디저트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확대도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국내 유통 업계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이색 빵을 수입, 자체 브랜드 등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수입산 빵은 국내에서 생산된 빵에 비해 소비 기한이 긴 편이다. 국내 양산빵의 소비 기한이 일주일 내외라면 수입산 빵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까지 표기되곤 한다. 실제 지난달 23일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등록된 한 빵류 제품은 소비 기한이 2026년 10월2일부터 2028년 10월1일까지 2년으로 기재됐다.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 유통되는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보존료(방부제) 사용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9월 서울 시내에서 유통 중인 중국산 등 수입 저가 빵 104건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인 54건에서 보존료인 프로피온산이 검출되고 30건에서 소브산이 확인됐다. 모두 법적인 기준치 이내로 적합한 수준이었지만, 이 연구원에서 3년간 검사한 국산 빵 570건 중 보존료가 검출된 건 4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작지 않다. 보존료가 검출된 빵의 대부분은 중국산(51건)이었다.
박영애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는 "검사에서 보존료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없었으나 전체의 54%에서 검출돼 비교적 높은 수준인 만큼 건강을 고려해 잦은 섭취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가 포장지 표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6개월 내 식약처가 수입식품부적합 판정을 내린 25건의 빵류 제품 가운데 10개가 중국산 제품이었으며, 보존료 또는 타르 색소 등 기준 위반으로 판정을 받았다.
중국산 빵의 공세는 국내 중소 제빵업체부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중국 저가 빵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유통 과정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렴하지만 소비 기한이 긴 빵이 시중에 풀리면서 유통 관련 비용이 줄어들면 제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인 방한 외국인의 베이커리 소비가 큰 상황에서 자칫 '중국산 빵이 곧 한국 빵'이라는 인식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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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수입 과정에서 기준을 지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곧 건강한 식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또 (중국산 빵이) 저렴하게 공급될수록 업체 입장에선 박리다매로 판매할 수밖에 없고 유통 관련 비용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빵 매장은 위생이나 유통과정 점검이 철저하다. 수입 제품도 유통 관리 측면에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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