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감경·심의위 구성 쟁점화
작업중지권 기준 놓고 노사 충돌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핵심 과제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7일 공포됐다. 반복 사망사고 사업장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과 하청 노동자의 원청 대상 작업중지 요구권이 법적 근거를 갖췄다. 그러나 세부 사항이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돼 산업 현장의 시선은 하위법령으로 쏠리고 있다.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3년 평균 영업이익 5%' 과징금… 감경 기준과 심의위 구성이 뇌관

개정안에서 경영계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다수·반복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 과징금'이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법 시행일로부터 1년간 3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 해당 기업에 '3년 평균 영업이익의 5%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업 규모와 영업이익에 따라 과징금이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하기 어려운 기업도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3년 평균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또는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3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최대 30억 원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최저선을 못 박았다. 다만 구체적인 부과 금액과 기준은 하위법령에서 정해질 예정이어서 감경 요건과 과징금심의위원회 구성·운영 방식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2일 서울 남대문 앞에서 원청 건설사 단체협약을 요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총력상경투쟁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남대문 앞에서 원청 건설사 단체협약을 요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총력상경투쟁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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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감경 요건과 과징금심의위원회 구성이다. 개정안은 기업 규모와 위반 횟수뿐만 아니라 '산재 예방 및 재발 방지 노력의 정도'에 따라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게 하고, 그 구체적 기준을 하위법령에 넘겼다. 경영계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안전 예산 투자 실적 등을 폭넓은 감경 사유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서류상 안전 투자로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깎아주는 면죄부 조항이 될 수 있다며 엄격한 감경 캡(상한)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과징금 부과를 최종 결정할 '과징금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노사 및 전문가 비율) 및 운영방식을 둘러싼 쟁점도 노사 간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작업중지권 기준도 쟁점…정부, 6개월간 하위법령 정비 착수

원·하청 노동자에게 부여된 '작업중지권'도 쟁점이다. 기존에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만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까지 권한을 넓혔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중지를 요구할 근거도 마련됐다. 경영계는 기준이 모호해 남용되면 공사 지연과 지체상금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계는 기준을 좁게 잡으면 불이익을 걱정한 노동자가 선제적 대피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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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개정안 공포 직후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령·시행규칙 정비에 착수한다. 안전한일터위원회와 신고포상금제는 공포 후 3개월 뒤인 내년 1월 28일, 과징금 부과와 작업중지권 확대, 2회 이상 영업정지 사업장에 대한 등록말소 요청권 등 핵심 규제는 공포 후 6개월 뒤인 내년 4월 28일 본격 시행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하청 노동자 보호라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위험 판단 기준이 모호하면 작업중지권의 남용이나 비용 부담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매뉴얼을 마련하고 노사가 수용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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