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21회 인문주간 기념 세미나
AI시대 인간다움…"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나만의 경험이 중요
"'님의 침묵에서 '님'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섯 개 보기 중 고르시오' 식의 교육이 학생들 마음속에 있는 창의성 가지들을 전지가위로 잘라내고 있다."
황지우 시인은 "끝이 열려있는 질문, 진부하고 뻔한 답이 아니라 엉뚱하고 레어(희귀)한 답. 이러한 '발산적 사고'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다움과 구분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회 인문주간 기념 세미나 'AI시대, 질문하는 인문학'에서는 AI시대 인간에게 필요한 역량과 교육체계의 변화 방향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AI가 지식 탐색과 문제 해결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에게는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독립적인 판단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답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조대담에서는 AI시대 '인간다움'에 대해 토론했다. 김기현 UNIST 노바투스대학원 초빙교수는 AI시대를 맞아 한동안 소외됐던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문제 해결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키면서 인간에게는 '어떻게 질문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가치, 바람에 부합하는 '적합성'을 갖춘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산업혁명 이후 소외됐던 인문학이 AI시대에 재조명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홍진기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질문을 잘하는 능력의 바탕에는 직접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자기가 직접 경험을 해서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그를 기반으로 해서 판단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식의 인간다움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학원생들이 제출하는 글과 연구자료에서 학생 고유의 문체와 사고 과정이 점차 드러나지 않게 된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AI를 사용하면)결과물은 매끄러울 수 있지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시대 변화에 따른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 입시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명예이사장은 "고등학교에서 암기를 통한 지식흡수 교육 비중을 줄이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그러려면 대입에도 논증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전했다.
최 장관은 "질문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은 인문학"이라며 "인문학 진흥에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차 위원장 역시 "국가교육 차원에서 인문·문화강국의 전략을 세울 때"라며 "읽기·쓰기, 토론과 논증을 교양교육의 핵심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와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다음 달 11일까지 인문주간 행사를 열고, 전국 18개 인문학 관련 기관과 190여개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교육의 변화와 국가 인문 정책의 방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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