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금까지 건드린다고?" 시민들 반응 심상치 않더니…개편 움직임에 대규모 시위 나선 스페인
스페인서 연금 보장 촉구 대규모 시위
물가 연동 인상·성별 연금 격차 해소 요구
유럽 곳곳에서 고물가와 높은 주거비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스페인에서는 공적 연금 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연금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위대는 물가에 연동한 연금 인상과 성별 격차 해소, 민영화 반대 등을 촉구했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노후 보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AF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연금 수급자와 노동조합, 시민 등 약 2만5000명(당국 추산)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아토차역에서 출발해 수도 중심부를 지나 주요 상업 거리인 그란비아까지 평화롭게 행진했다.
물가연동제 유지·성별 연금 격차 해소 등 요구
시위대는 '우리의 연금을 보호하고 보장하라' '오늘도 미래에도 제대로 된 연금을 지급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걸었다. 일부는 '빵, 집, 자유'라고 적힌 깃발을 들기도 했다.
시위대의 주요 요구는 ▲물가 상승률에 연동한 연금 인상 유지 ▲최저연금액의 최저임금 수준 인상 ▲남녀 간 연금 격차 해소 ▲공적 연금의 민영화 방지 등이다. 좌파 정당 마스 마드리드의 에밀리오 델가도 마드리드 지방의회 부대변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연금도 최저임금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며 평생 일한 사람에게 존엄한 노후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에 연금 지출 최고치…재정 부담도 커져
스페인에서 국가 연금을 받는 인구는 약 680만명이다. 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인당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1576유로다. 올해 월간 연금 지급액은 약 145억유로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연금 지출 증가는 고령 인구 증가와 낮은 출산율, 임금 정체, 근로자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 하락 등과 맞물려 있다. 스페인은 현재 근로자의 기여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급자가 늘고 지급액이 커지면서 국가 재정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총선 앞둔 여야, 연금 정책 놓고 공방
다음 달 29일 총선을 앞두고 연금 정책은 주요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집권 사회당(PSOE)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연금을 인상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파 국민당(PP)에서는 현행 연금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위 참가자인 세비야의 공무원 후안 페르난데스(38)는 "향후 자신이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개편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은퇴를 앞둔 64세 참가자 필라르는 "연금은 신성불가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거난 항의 시위에도 공감을 표하며 연금뿐 아니라 보건·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난·고물가 항의 유럽 곳곳으로 확산
스페인에서 벌어진 연금 시위는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 공공서비스 문제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유럽 각국의 시위와 맞닿아 있다. 프랑스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학생들의 시위가 고물가에 대한 항의로 번졌다. 당국의 시위 제한에도 경찰 추산 약 41만명이 전국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파리에서는 노동총동맹(CGT)이 연금 동결 이후 추가 인상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주거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했다. 정부가 연간 임대료 인상 상한을 완화하고 월세 체납 세입자의 퇴거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현지 방송은 일부 참가자가 에너지 규제 당국 건물에 오물을 뿌리고 에너지 요금 고지서 모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도했다. 앞선 시위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상점은 유리창을 보호하고 영업을 일찍 마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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