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회동 1년②] 더 넓어진 AI협력 활용해 우리 기술로 만들어야
현대차·LG, 제조 현장 경험을 공장·로봇의 학습 자산으로
삼성전기·LG이노텍 등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기술 축적 제조 경쟁력 강화 과제
지난해 '깐부회동' 이후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협력이 메모리에서 공장·로봇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제조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와 부품 기술을 로봇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가 동맹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제조업의 AI 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GPU 도입에서 공장·로봇 공동 개발로= LG전자는 제조 현장을 로봇 학습에 활용하며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 서울 양재 데이터팩토리에서 실제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엔비디아 기술로 가상 데이터를 합성한다. 연말까지 실제·가상 데이터를 합쳐 10만시간 분량의 로봇 학습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과 경남 창원 생산라인에서는 'LG 클로이드'를 시험 투입해 부품 운반과 조립·포장 작업을 검증하고 있다. 공장에서 축적한 제조 경험을 로봇의 작업 능력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현대차·기아도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을 활용해 실제 공장과 로봇의 움직임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설비 동작을 미리 검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설계도면과 시뮬레이션으로 로봇의 작업 경로를 만들고, 카메라로 실제 위치와의 오차를 보정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사람이 작업점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로봇 배치 과정을 줄이는 것으로, 2027년 6월 개발 완료가 목표다.
◆HBM 넘어 기판·로봇의 눈까지= 한국 기업이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반도체 기판과 로봇용 카메라로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21일 독일 베를린 GTC에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급망 합류를 발표했다. 양 사는 세종·부산 생산시설에 공동 투자하고 기판을 장기 공급하기로 했다.
LG이노텍도 같은 행사에서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한 로봇용 카메라와 멀티모달 비전 시스템을 공개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에서 축적한 광학 기술을 로봇이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AI 산업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로 연결되는 사례다. 메모리 공급에 집중됐던 한국 기업의 역할이 로봇과 제조 AI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코엑스 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원본보기 아이콘◆협력의 성과, 자체 기술로 남겨야= 관건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한국 기업의 기술과 제품으로 축적하는 일이다. 공장에 AI를 도입하는 데서 나아가 현장 데이터와 숙련자의 경험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야 한다.
현대차·기아가 지난 19~21일 공개한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폴라리스'는 이런 방향을 보여준다. 생산·품질 정보와 과거 고장 사례, 숙련자의 노하우를 연결해 설비 이상 원인과 조치 방안을 제시한다. 임용택 현대차 제조AI기술개발팀 책임매니저는 "기존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던 설비 이상 원인 분석을 폴라리스를 통해 수분 내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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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저변을 넓히는 작업도 시작됐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지난 7월 대학·연구소·스타트업에 연구용 로봇 모델과 공통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 공동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의 협력 결과가 국내 피지컬 AI 산업 성장의 밑거름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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