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만큼 떨어진 코스피…과거 비슷한 9번 모두 상승했다
실적 전망치 낮아져도 지수 상승한 사례도 7번
"현재 반도체 펀더멘털 견고…극단적 저평가"
'반도체주 급락→신용경색 유발' 가능성 낮아
과거 20년간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을 때 지수가 예외 없이 상승했고, 영업 이익이 하향 조정되는 국면에서도 저평가 해소 과정이 지수 반등을 이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스피 선행 PER이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향후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더라도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2개월 선행 PER이 그 시점까지의 하위 25% 이하로 내려간 뒤 회복했던 9개 구간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는 모두 상승했다. 특히 이익이 늘어난 2번(2009년 11월·2017년 4월)을 제외한 나머지 7번의 국면에서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1%에서 -28%까지 깎이는 동안 선행 PER이 8%에서 43% 상승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현재 시장은 과거의 경험과 반도체 감익 우려를 가격에 선반영하고 있다. 통상 22개 대상연도 컨센서스는 확정 15개월 전 확정치보다 중앙값 기준 22% 높게 출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주가는 과거 20년 중위 PER(약 10배)을 기준으로 반도체 이익 감소(-75%)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전년 컨센서스 대비 실현치가 가장 낮았던 2019년(-60%)보다 더 큰 폭이다. 그 결과 이익 전망은 사상 최대치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선행 PER은 2006년 이후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방 산업의 수익성, 투자 지속성, 자금조달에 대한 의구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의 단기 하락 속도는 역사적 경제위기 국면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초 이후 7거래일 만에 21% 급락했는데 1980년대 이후 동일 기간 내 이보다 낙폭이 컸던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25%), 2008년 금융위기(-31%),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25%) 세 차례에 불과했다. 실물 경제가 무너지는 시스템 위기가 아니라면 시장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주가 급락세와 달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은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개월간 -14% 급락했음에도 글로벌 반도체 실적 추정치는 5주 연속 상향됐다.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 위기 여부를 보여주는 달러 테드스프레드(TED spread) 역시 -0.05 수준으로 안정세를 유지해 이번 급락이 신용 경색으로 번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과거 저PER 출발 64개월 국면을 분석한 결과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우량주를 12개월 보유했을 때 수익을 낼 확률이 86%에 달했다고 밝혔다. 하위 10%의 부진한 시나리오에서도 성과가 -0.5%에 그쳐 가치주나 성장주에 비해 월등히 안정적인 방어력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업종별로는 IT의 선행 PER이 직전 5년 중앙값 대비 0.29배 수준까지 떨어지며 전 업종 가운데 밸류에이션 할인이 가장 심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하락이 금융 시스템 위기가 아닌 과도한 공포에 따른 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인 만큼 극단으로 치달은 주가와 실적 간 괴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사이클 할인을 반영한 증시에서 실적을 확인해 나가며 밸류에이션이 단계적으로 회복할 전망"이라며 "업종은 여전히 가장 저평가된 IT를 축으로 두되 이익 신뢰가 낮은 국면인 만큼 회복 경로가 어긋나도 손실 폭이 제한적인 우량주를 연간 축으로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는 급락했지만 달러 자금시장의 스트레스가 사실상 없어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주식의 밸류에이션 조정을 의미한다"며 "가격과 실적 추정치의 괴리가 5주째 확대돼 극단적인 수준을 기록한 만큼 평균회귀 시점이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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