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색·물방울 디자인 '프루티거 에어로' 유행
미니멀에 지친 Z세대, 청량한 색감에 눈길

윈도 XP 배경 화면에 등장하는 푸른 하늘과 초원, 유리처럼 반짝이는 버튼, 형광색 물방울과 열대어 조명. 2000년대 초반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프루티거 에어로(Frutiger Aero)' 감성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2000년대 디지털 기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초록·파랑 계열의 자연 이미지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bwuubbles

프루티거 에어로는 2000년대 디지털 기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초록·파랑 계열의 자연 이미지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bwuu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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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의 크리에이터 새미 콘티(22)는 자신의 침실을 프루티거 에어로 스타일로 꾸민 콘텐츠를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올리며 7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았다.


그의 방은 파란색과 형광 초록·주황·노란색으로 가득하다. 덩굴과 물방울 장식, 해파리 모형, 라바램프와 버블램프, 기계식 열대어가 움직이는 수족관 조명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닌텐도64 카트리지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케이스, 옛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로고 모양의 거울까지 더해지면서 '그 시절' 디지털 감성을 기억하는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윈도XP·비스타 감성이 다시 '힙'해졌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기업 광고와 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에 널리 사용된 디자인 양식을 가리킨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반짝이는 질감에 푸른 하늘과 초원, 물방울, 열대어 등 자연 이미지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과 첨단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낙관적인 미래상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반짝이는 유리 질감과 청량한 블루·그린, 투명한 버블 그래픽으로 2000년대 초 사람들이 꿈꾼 '깨끗한 미래'를 담아낸 디자인이다. 지나치게 매끄럽고 낙관적인 이미지 탓에 지금은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내, '약속했던 미래'로 불리기도 한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반짝이는 유리 질감과 청량한 블루·그린, 투명한 버블 그래픽으로 2000년대 초 사람들이 꿈꾼 '깨끗한 미래'를 담아낸 디자인이다. 지나치게 매끄럽고 낙관적인 이미지 탓에 지금은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내, '약속했던 미래'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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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은 '프루티거(Frutiger)' 서체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비스타의 '에어로(Aero)' 디자인에서 따왔다. '프루티거 에어로'라는 이름은 2017년 소비자 미학 연구기관 'Consumer Aesthetics Research Institute'의 창립 멤버이자 연구자인 소피 시안이 처음 사용했다.


한때 흔한 기업 디자인으로 여겨졌던 이 감성은 2023년 이후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틱톡에서는 '#frutigeraero' 관련 콘텐츠가 수백만회 조회되고, 디스코드와 레딧에도 관련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프루티거 에어로 팬들에게 윈도XP의 대표 배경 화면 '블리스(Bliss)'는 상징적인 이미지다. 초록빛 언덕과 파란 하늘이 펼쳐진 풍경이 당시의 밝고 낙관적인 디지털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회색빛 미니멀리즘에 지친 Z세대

프루티거 에어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오래된 컴퓨터나 게임기를 그리워해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콘티는 이 감성이 자신에게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돕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디자인이 점차 매끈하고 현대적인 회색빛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는 어린이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는 어린이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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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이 같은 인기가 특정 제품에 대한 향수보다 당시 디자인이 담고 있던 '낙관적인 미래상'과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프루티거 에어로 커뮤니티 구성원 30명 이상을 인터뷰한 콩코디아대 박사과정 연구자 리치 스리라차니콘은 사람들이 특정 기기를 그리워하기보다 프루티거 에어로 특유의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기술이 환경 문제나 일자리 감소, 감시 등 부정적인 논쟁과도 연결되는 상황에서 일부 젊은 층이 자연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보다 낙관적인 미래상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수·주얼리까지…'2000년대 감성' 상품으로 확산

'프루티거 에어로' 무드로 출시된 키링과 아이스티, 섬유향수. SNS 갈무리

'프루티거 에어로' 무드로 출시된 키링과 아이스티, 섬유향수.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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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시작된 유행은 실제 상품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언저스트 주얼리(Unjust Jewelry)'의 창업자 오스틴 호리는 프루티거 에어로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를 출시해 1만병 이상 판매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과거 윈도XP 디자인을 활용한 액세서리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등 2000년대 디지털 감성을 상품에 접목하고 있다.


최근 전자제품 디자인에서도 선명한 색상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형광 초록색을 강조한 엑스박스 디자인이나 애플의 컬러풀한 보급형 맥북 등이 프루티거 에어로 팬들 사이에서 과거의 밝은 테크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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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과 미니멀리즘이 오랫동안 디지털 디자인의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 일부 Z세대는 2000년대의 과감한 색상과 자연 이미지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고 있다. 한때 촌스럽게 여겨졌던 '윈도XP 감성'이 20여년 만에 다시 '힙한' 디자인으로 소환되고 있는 셈이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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