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해저케이블 안보 강화
해상 요충지 남중국해 갈등 첨예

中 해상법으로 통신망 설치 통제
美 영향력 넓히려는 中 강력 견제

[블룸버그 칼럼] 美·中 바닷속 냉전…견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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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내 국방 회의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해저를 새로운 전장이라고 묘사했다. 전 세계 데이터 흐름의 95% 이상과 하루 수조 달러 규모의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해저케이블의 안보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군 고위 관계자와 지정학 전문가, 각국 정부 장관들에게도 주요 관심사였다.


이미 호주와 영국, 미국은 내년까지 해저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수중 드론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을 아우르는 17개국 협력 체제를 출범시키고 핵심 기반시설 방어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해저케이블 안보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해저 통신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은 동남아의 주요 해상 요충지인 남중국해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남중국해에서 규제와 해상법 집행을 통해 해저케이블을 설치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업체를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피하기 위해 해저케이블 경로를 변경하는 글로벌 기술기업들도 늘고 있다. 구글과 메타플랫폼스가 추진한 '에코 해저케이블'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싱가포르를 괌과 인도네시아를 거쳐 연결하는 이 케이블은 남중국해를 우회하도록 설계됐다.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저 통신망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케이블 설치에 적합하지 않은 지형에 해저케이블을 매설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중국을 우회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지적에 나섰다. 새뮤얼 배시필드 멜버른 라트로브대학교 소속 연구원은 해저케이블 설치업체들이 남중국해에서 작업하는 것을 점점 더 경계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이 지역을 아예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해경 선박을 동원해 해저케이블 수리 작업자들을 방해하거나 작업 구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허가 요건을 통해 사실상 중국 기업이 아닌 업체들의 해저 광섬유 케이블 사업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허가 지연으로 몇몇 신규 프로젝트는 기존 경로를 완전히 변경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선을 따라 중국을 우회하거나 수심이 얕은 해저에 케이블을 매설하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는 통신망의 복원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스타트업 인리고네트웍스가 주도하는 7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커넥트 케이블 시스템'도 이런 영향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경유해 남중국해를 우회할 예정이다. 미국과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퍼시픽 라이트 케이블 네트워크'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당초 미국과 홍콩을 직접 연결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정부가 (중국의 정보 수집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개입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홍콩 연결 구간을 폐기한 것이다.


미국은 이처럼 중국의 해저 통신 인프라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동남아와 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의 공급업체 대신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업체를 선택하도록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국의 기업이 해저 케이블 기반 시설에 관여할 경우 정보 수집이나 시설 파괴 행위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 역시 미국과 일본의 장비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2019년 중국 화웨이는 해저 케이블 사업을 담당하던 '화웨이 마린 네트웍스'의 지분 51%를 중국 '헝퉁광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 업체는 'HMN테크놀로지스'로 이름을 바꿨지만,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화웨이의 기술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은 이 업체의 활용을 줄이려 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중국 견제 움직임은 일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호주 정부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모든 회원국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해저케이블 통신망에 연결됐다고 발표했다. 호주는 2018년부터 미국·일본 등과 협력해 태평양 지역의 해저케이블 구축을 지원해 왔다. 중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제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대안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이 중국 기업들이 태평양 지역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 경쟁 무대는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다. 해저케이블 건설에 자금을 지원한 국가들이 현지 데이터 저장·처리 시설 구축까지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국 기업들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중국을 억제하는 동안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영향력이 소수의 미국 거대 기술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루스 폴라드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US-China Tech Cold War Is Moving Undersea'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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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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