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에도 전 세계 광고 출연
팬 소통·축구 지도까지 영역 확대
무단 딥페이크에 초상권 보호 목소리

축구선수가 직접 촬영장에 가지 않아도 자신과 똑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AI) 분신이 광고에 출연해 돈을 버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고, AI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선수는 전 세계를 무대로 24시간 활동하는 새로운 스포츠 비즈니스가 등장한 것이다.

"AI 분신이 24시간 일한다" 디지털 복제인간 시대 연 축구선수 누구?
AD
원본보기 아이콘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호주 축구대표팀 선수이자 이탈리아 세리에A 사수올로에서 뛰는 크리스티안 볼파토(22)가 최근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 등을 AI로 복제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소개했다. 계약 상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AI 스포츠 권리 관리업체 캘런더(Callandor)다. 볼파토는 지난 9월 중순 캘런더와 계약을 맺고 얼굴과 신체 이미지, 목소리, 생체정보, 경기 데이터 등을 AI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는 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캘런더는 이를 '합성 쌍둥이(Synthetic Twin)'라고 부른다. 실제 선수가 등장하지 않아도 AI가 선수의 모습을 구현해 광고나 영상 콘텐츠에 출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개된 홍보 영상에는 볼파토의 AI 분신 여러 명이 동시에 등장한다. 거대한 건물 내부를 걸어가던 볼파토가 네 명의 분신으로 나뉘더니 각기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흰색 정장을 입고 호주의 유명 관광지인 '열두 사도 바위(Twelve Apostles)'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거나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대형 전광판에 등장하는 모습도 모두 AI로 제작됐다. 영상 속 인물은 실제 볼파토처럼 보이지만 촬영을 위해 세계 각지를 방문한 것은 아니다. 선수의 승인을 받아 만들어진 디지털 복제인간이다. 선수는 경기 뛰고, AI 분신은 광고 찍는다.

시간과 공간 제약 없애는 'AI 분신'

이 같은 기술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축구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 원정 이동 등으로 일정이 빼곡하다. 광고 촬영을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야 하고 해외 촬영에는 상당한 비용도 발생한다. 그러나 AI 분신을 활용하면 선수의 실제 일정과 관계없이 다양한 국가에서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일본에서는 일본어로, 유럽에서는 현지 언어로 동일한 선수가 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캘런더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피스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볼파토가 훈련과 경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AI 분신을 활용하면 놓칠 수밖에 없었던 광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축구대표팀 선수이자 이탈리아 세리에A 사수올로에서 뛰는 크리스티안 볼파토. 볼파토 인스타그램

호주 축구대표팀 선수이자 이탈리아 세리에A 사수올로에서 뛰는 크리스티안 볼파토. 볼파토 인스타그램

원본보기 아이콘

그는 선수의 승인을 전제로 합성 쌍둥이가 1년 내내 하루 24시간 브랜드 광고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캘런더는 AI 분신을 활용한 광고 계약을 유치하고 발생한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사업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선수가 직접 수많은 팬을 만나거나 지도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분신은 동시에 여러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다.

볼파토만 이러한 움직임에 나선 것은 아니다. 캘런더는 브라질 출신 축구선수 조르지뉴와 미국 요트 선수 크리스 풀 등과도 관련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생체정보, 경기 데이터를 회사의 AI 권리 관리 체계에 등록해 허가받은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포츠 스타의 상업적 가치가 기존의 경기력이나 광고 출연을 넘어 개인의 디지털 정체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수 몰래 광고 만들자 리그가 제동…딥페이크 분쟁 확산

선수의 허락 없이 AI 콘텐츠를 제작하는 문제도 현실화하고 있다. 호주풋볼리그(AFL)는 이달 공식 베팅 파트너인 스포츠벳에 선수들의 AI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스포츠벳은 선수들의 얼굴을 합성해 영화나 유명 인사의 연설 장면을 재현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대표적으로 호주풋볼 선수 라키 닐이 미국 래퍼 스눕 독의 연설을 흉내 내거나 윌 애시크로프트가 미국 드라마의 대사를 말하는 AI 영상 등이 제작됐다.

AD

하지만 선수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이 문제가 되면서 일부 영상이 삭제됐다. 호주풋볼선수협회는 선수의 승인 없는 AI 이미지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선수단체협약에는 초상 활용에 관한 제한이 있지만, AI 생성물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콜 파머와 루시 브론즈, 카일 워커, 키어런 트리피어 등은 지난 9월 AI 딥페이크로부터 개인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한 '마이 네임, 마이 페이스(My Name, My Face)' 캠페인에 참여했다.mynamemyface.com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콜 파머와 루시 브론즈, 카일 워커, 키어런 트리피어 등은 지난 9월 AI 딥페이크로부터 개인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한 '마이 네임, 마이 페이스(My Name, My Face)' 캠페인에 참여했다.mynamemyface.com

원본보기 아이콘

축구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콜 파머와 루시 브론즈, 카일 워커, 키어런 트리피어 등은 지난 9월 AI 딥페이크로부터 개인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한 '마이 네임, 마이 페이스(My Name, My Face)' 캠페인에 참여했다. 영국 법률회사 밀스앤리브가 주도한 이 캠페인은 선수의 디지털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도 캠페인을 지지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수의 얼굴과 목소리를 무단 복제해 특정 제품을 홍보하거나 실제 하지 않은 발언을 한 것처럼 조작할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