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업체 쿠시먼, 공간결합 자문 확대
분야별 전문가들 손잡고 빌딩내 이종 결합 주도
"외국인 몰려들지만 숙박만으론 수익 못내"
명동·강남역·성수·한남서 빌딩효율 극대화 모색

#1. 지난 6월 문을 연 서울 마포구 토정나들목 앞 러닝 복합공간 '런포트'. 뛰어서 30초면 한강 러닝코스에 진입하는 이 건물에서 직장인들은 평일 아무 준비 없이 몸만 와 아디다스 운동복과 러닝화를 빌려 입고 달린다. 달리기를 마친 뒤 같은 빌딩에서 뜨거운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는 콘트라스트 세러피와 냉수욕(콜드플런지)을 즐긴다.


#2. 서울 중구 소공동 5성급 호텔인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최근 18년 만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쳐 메인타워 8층과 9층 객실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그 자리에 피부과 등 의료·웰니스 시설과 스파를 넣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에 성형외과가 들어서 있다. 강진형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에 성형외과가 들어서 있다. 강진형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빌딩 공실을 줄이고 빌딩 몸값을 올리기 위해 서로 다른 업종을 합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CBRE 등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들이 병원과 웰니스, 리테일 결합을 전담하는 조직을 잇달아 꾸리고 있다. 도심 내 쇼핑몰, 마트, 상가 등이 침체에 빠지면서 '원스톱 서비스'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가장 먼저 전담팀을 꾸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는 조만간 메디컬팀을 메디컬앤드웰니스팀으로 확대 개편해 병원, 약국, 화장품, 피트니스를 아우르는 공간 결합 자문을 늘리기로 했다. 한 업체가 여러 서비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대신 분야별 전문 사업자들이 손을 잡고 공간을 합치는 게 최근 들어 달라진 트렌드다.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피트니스 센터인 버핏그라운드 안에는 근육 이완을 돕는 스트레칭 전문점 어시스트레치가 매장 내 매장(숍인숍)으로 들어가 회원 교차 할인과 결합 상품을 판다.


피트니스 기업 버핏서울이 통건물로 조성한 마포 런포트는 운동 전후에 필요한 시설을 한 건물에 모았다. 이곳에는 러닝 거점 '런포트'와 피트니스, 사우나, 스트레칭·식사 공간 등이 들어섰다. 지하 2층부터 지상 7층과 옥상까지 활용한다. 아디다스와는 운동복·러닝화 대여를 협업한다. 이용자는 옷과 신발을 빌려 한강을 달린 뒤 돌아와 근력운동을 하거나 사우나·냉수욕을 이용할 수 있다. 아디다스 제품을 직접 써볼 기회와 운동할 장소를 함께 제공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강과 웰니스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많아지다 보니 병원과 패키지 상품을 파는 등 파생 사업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22.8조원 생산유발 나비효과…'병원+카페' 빌딩 이종결합의 진화 원본보기 아이콘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분야는 숙박시설과 병원을 합친 메디컬 스테이다. 더그랜드롯데 서울이 메인타워 7~21층을 개조하며 객실 수를 줄이는 대신 객실당 면적을 넓히고 투숙객 선호도가 낮았던 8층과 9층 저층부 객실을 메디컬·편의시설로 바꾼 것도 수익성 때문이다. 시술 전후 숙박과 회복이 필요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면 객단가를 높이고 장기 체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명동, 강남역, 홍대입구역, 성수동, 한남동, 도산공원 등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이 몰리는 가두상권(하이스트리트) 빌딩에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은상 NAI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내수보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끌어가고 있다"며 "호텔이 들어서는 역세권과 대로변은 땅값이 이미 많이 올라 숙박만으로는 원하는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 보니 임대료 지불 여력이 큰 병원을 함께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22.8조원 생산유발 나비효과…'병원+카페' 빌딩 이종결합의 진화 원본보기 아이콘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는 지하 1층 약 1650㎡ 공간에 의원을 들여 외국인 카지노 운영사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협약을 맺고 해외 고객에게 호텔식 입원 환경과 24시간 의료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포구에서는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홍대도 5~19층 객실 아래 3층에 대형 피부과 의원을 넣었다. 명동 하이드파크 빌딩 역시 저층 애플 명동, 3~8층 피부과 등 병·의원, 9~18층 스탠포드호텔 명동이 한 건물에 들어섰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1822명으로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87.2%가 서울 소재 병원에 몰렸다. 외국인 의료관광 소비금액은 1조7228억원으로 5년 사이 12배로 불었다. 전체 외국인 환자 의료 지출액(3조3000억원)이 일으킨 국내 생산 유발효과는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건물 안에 병원이 들어서면 시술 전후 대기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같은 건물 식당, 카페, 화장품 매장, 약국으로 소비가 번진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남대로변 와이빌딩과 에스빌딩은 대형 의원이 입점한 이후 건물 전체 매출이 각각 65%와 32% 증가했다. 병원의 임대료 지불 능력이 일반 사무실보다 높다 보니 빌딩 전체를 병원으로 채우는 현상은 강남을 넘어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로도 확산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좋은사람들빌딩은 원래 상층부 대부분을 사무실로 임대했지만 기존 계약이 끝난 층마다 병·의원을 새로 들였고, 홍대 상권의 에이치큐브빌딩에도 피부·미용 클리닉이 대거 입점했다.

AD

전문가들은 업종 결합이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배후 소비층의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3~4년 전 공유오피스, 카페, 주거를 묶었던 복합시설들이 스타트업 경기 둔화로 주춤한 반면 외국인 수요를 잡은 호텔과 병원 결합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센터장은 "단순히 여러 업종을 모으는 게 아니라 어떤 업종을 결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새로 시도되는 복합 공간들도 그 시장을 지탱할 소비층이 얼마나 탄탄한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