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신변보호…스마트워치 5대 중 1대 하루 넘게 꺼졌다
스마트워치 20% 하루 넘게 전원 꺼짐 확인
통계관리 손놓다 강력범죄 발생하자 대책 마련
"스마트워치보다 가해자 통제 주력해야"
경찰이 범죄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지급한 스마트워치 5대 중 1대는 전원이 하루 이상 꺼진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두고도 관련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다가 최근 스마트워치가 방전된 상태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스마트워치 운영 업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 약 3600대 중 약 20%에 달하는 700여대가 특정 시점에 24시간 이상 전원이 꺼진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전원이 꺼져 있던 이유에 대해선 충전량 부족, 이용자의 자발적인 전원 차단 등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긴급 버튼을 누르면 112 자동 신고와 함께 실시간 위치가 전송되는 신변 보호 장치다. 대상자에게는 최초 1개월간 지급되며 위험이 지속된다고 판단될 경우 사용 기간을 연장한다. 다만 전원이 꺼져 있으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는 방전돼 꺼져 있었던 탓에 긴급 신고에 활용되지 못했다.
스마트워치 지급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22년 1만4208건에서 지난해 2만1974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까지 1만9223건에 달한다. 특히 살인 등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급은 지난달 기준 242건으로 지난해 연간(134건) 지급건수의 1.8배에 육박한다. 스토킹·가정폭력에 대한 지급건수는 1만1213건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작 위급 상황에서의 작동률은 낮다. 행안위 소속 이상식 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9월까지 스마트워치 지급 대상자에게 발생한 살인·살인미수 사건 27건 중 스마트워치 긴급신고가 작동한 사례는 9건(33.3%)에 불과했다. 나머지 18건(66.7%)은 지급 대상자였음에도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송파 사건 이후 전산 점검 절차를 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기기 작동 여부와 일정 기간 전원이 꺼져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랜 시간 착용하지 않거나 꺼져 있으면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자동으로 알림이 가도록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피해자에게 방어 책임을 전가하는 스마트워치 중심 정책 대신 가해자를 직접 통제하고 감시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피해자가 사용하는 기기의 사용 여부까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은 보여주기식 면피 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가 특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위험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임시 착용시키고 일정 거리 내 피해자에게 접근 시 관제센터와 피해자에게 즉시 알림이 가도록 하는 등 가해자 통제 강화를 위한 법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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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기 자체의 배터리 성능이나 작동 편의성을 개선하는 조치는 기본이고 관점 자체를 가해자로 옮겨야 한다"며 "위험인물에 대한 법적 감시·규제 수단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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