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에 생존 기간 보장 수요 확대
연금부터 치매·간병, 질병 치료까지 상품 다변화
예방·자산관리 더해 노후생활 안전망 강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생명보험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노후소득 마련은 물론 질병 예방과 치료, 치매·간병, 자산관리까지 고령층의 노후 대비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생보사들도 연금보험과 건강·간병 보장, 신탁 서비스 등을 강화하며 고령층의 금융 안전망을 넓히고 있다.
28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1.6%로,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기준 65세의 기대여명은 21.7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65세인 사람이 약 86.7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다.
길어진 노후만큼 준비해야 할 생활비도 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24년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제10차 부가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고령층이 생각하는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는 월 216만6000원,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298만1000원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부부 수급자의 합산 평균 연금액은 월 120만원 수준으로, 최소 생활비의 55.4%에 그쳤다.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의료비와 돌봄 비용에도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상품은 은퇴 후 소득 공백을 보완하고 고액의 의료비 지출에 따른 가계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생보사들도 이러한 점에 주목해 연금보험과 건강보험 등 상품을 다변화하고 있다.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상품으로는 KB라이프의 'KB 100세든든연금보험'이 대표적이다.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초고령화로 노후 기간은 길어졌지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퇴직 직후의 소득 공백이나 생애주기에 따른 지출 변화, 예상치 못한 목돈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령층 자산도 부동산이나 보험처럼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형태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노후자금을 얼마나 모으느냐뿐 아니라 언제, 얼마씩 꺼내 쓸 것인지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적립금을 연금처럼 나눠 받거나 중도 인출하고, 필요에 따라 수령 시기를 늦추는 한편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으로 전환해 받는 등 최근의 상품 변화는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고령층일수록 의료비 부담이 큰 데다 만성질환은 진단 이후에도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만성질환 진료비는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3%를 차지했다. 같은 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51만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인 226만원의 2.4배였다.
이에 생보사들은 질병 진단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서 나아가 건강관리부터 실제 치료 과정, 고령기 의료비 부담까지 고려해 보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치료 횟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삼성 가족대표건강보험 Plus+'와 건강관리 리워드를 결합한 '삼성 팩 건강보험 Care+'를 선보였다. 교보생명도 '교보마이플랜건강보험Ⅱ'에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 치료 보장 등을 추가하고, 3대 질병 보장을 고령기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 구조를 강화했다. 사망보장에 3대 질병 치료비와 연금 전환 기능을 결합한 신한라이프의 '밸런스핏(Fit) Plus'도 질병과 노후소득을 함께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은퇴 후 소득이 줄거나 끊긴 상황에서 치매까지 진단받으면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간병은 오랜 기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노후자금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는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8년 8조원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11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간병 비용도 상승세다. 올 8월 간병 도우미료 지수는 145.36으로, 기준연도인 2020년보다 45.4% 상승했다.
치솟는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품으로는 NH농협생명의 'NH올원더풀간병안심요양보험'이 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치매담은간병플러스보험'은 초기 치매부터 검사·치료·간병에 이르는 과정의 부담을 고려한 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단순히 치매 진단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이어질 수 있는 돌봄 부담까지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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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생명보험사의 역할 확대가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지려면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감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상품 간 비교 공시를 강화하고 연금 수령액 산출 방식과 금리 변동 가능성, 중도해지 조건 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안내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층이 복잡한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한 뒤 가입할 수 있도록 설명 의무가 실효성 있게 이행되는지 소비자단체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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