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료·주거 등 보호장치 훼손 비판
SK하이닉스 지주회사 규제완화 문제 제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26일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초광역특구법'을 두고 노동권과 의료·주거 공공성, 경제민주화 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지역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투자 편의를 위한 광범위한 규제완화와 특혜 제공에 치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경제개혁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광역특구법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단체들은 법안이 노동시간과 고용 규제부터 의료기관 개설, 주택공급, 토지수용, 개인정보 활용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노동자와 주민의 권리를 후퇴시키거나 공공성을 훼손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메가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20여 개의 규제 특례를 포함한 '초광역특구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법안에 기존 법률의 적용 예외를 두는 '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170여 차례 등장한다"며 "기업의 투자와 이윤을 위해 기존 법률의 공익적 원칙을 예외로 만드는 것이 법안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민생은 경제성장의 수단이나 장애물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 확대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구개발(R&D) 종사자 등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등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투자기업의 무급휴일 허용과 파견 대상 업무 및 기간 확대 특례도 노동자의 휴식권과 고용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상황에서 노동특례를 담은 법안을 먼저 발의한 것도 비판 대상이 됐다. 이봉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특구에서 시작된 노동규제 예외가 지역 간 노동조건 하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안 철회와 양질의 지역 일자리 및 공공서비스 확충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제기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일반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의무를 기존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특례가 사실상 SK하이닉스를 위한 것"이라며 "첨단전략산업기금이 투자해 건설한 반도체 공장을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까지 허용하면 공적 기금이 과도한 투자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와 주거 분야에서도 공공성 훼손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특례가 영리병원 설립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호 주거권네트워크 활동가는 민간사업자의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참여 확대, 토지 강제수용 권한 부여, 분양가상한제와 공공임대주택 의무비율 등의 적용 예외가 주민의 주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호웅 민변 디지털정보위원장은 "개인위치정보 이용·제공과 파기 의무 완화, 의료정보 활용 확대 등에 비해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할 통제장치가 미흡하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이유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건강정보 보호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AD

단체들은 지역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재정 지원만으로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권과 경제민주화 원칙을 지키면서 주거·의료·환경 등 공공서비스를 함께 확충하는 방향으로 지역발전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