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관리하는 '에브리띵 샤워'
K-두피케어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사로잡아
한 여성이 투명한 빗 안에 헤어 에센스를 채운 뒤 빗살 끝의 롤러가 두피에 닿도록 꾹꾹 눌러가며 머리를 빗는다. 이어 클렌징 오일과 클렌징폼, 각질 제거와 팩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본격적인 샤워가 시작된다. '장원영 샤워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가 사용한 '목욕 아이템'만 27개에 달한다.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들여 관리하는 이른바 '샤워 루틴'이 하나의 자기관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월 그룹 아이브 장원영은 공식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연을 마친 뒤 호텔에 돌아오면 샤워에만 약 1시간을 쓴다고 밝혔다. 꼼꼼한 클렌징과 스크럽 등 여러 단계의 관리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헤어 마스크와 보디 스크럽, 세럼, 보습제 등을 차례로 사용하는 긴 샤워 과정을 '에브리띵 샤워(Everything Shower)'라고 부른다. 유튜브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샤워 전 준비부터 씻는 과정, 샤워 후 보습까지 전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샤워 끝나도 끝난 게 아니야…다음은 '두피 케어'
길어진 샤워 루틴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씻은 뒤'다. 과거에는 샴푸와 트리트먼트로 머리 관리가 끝났다면 최근에는 머리를 감은 뒤 가르마를 나눠 두피에 세럼이나 토닉을 바르고 마사지하는 과정까지 더해지고 있다. 샴푸 전에는 스크럽으로 각질을 관리하고, 외출 전에는 정수리와 가르마에 자외선 차단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에 토너와 에센스, 크림을 단계별로 바르듯 두피와 모발에도 스킨케어 방식과 성분을 적용하는 이른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이다. 관련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두피 앰플·세럼 매출은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샴푸 매출 증가율 12%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히알루론산과 세라마이드 등 스킨케어 성분을 넣은 고기능성 두피 세럼 매출도 58% 늘었다.
올해 1~8월 두피 영양제·앰플 매출 역시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다. 과거 두피 관리가 탈모나 비듬 등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보습과 진정, 각질·피지 관리, 자외선 차단 등으로 목적이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화장품 업체들도 길어진 관리 루틴을 겨냥해 샴푸 전후의 시간을 세분화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령 샴푸 전 사용하는 두피 스크럽부터 머리를 감은 뒤 바르는 세럼과 토닉, 잠들기 전 사용하는 오버나이트 세럼까지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히알루론산과 펩타이드, 마데카소사이드, PDRN 등 얼굴용 스킨케어에서 익숙한 성분도 두피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 오면 헤드스파 받아야죠"…외국인 두피 관광 확산
외국인 소비도 두드러진다. 아로마티카 서울 북촌 매장의 지난 8월 구매 고객 가운데 91%가 외국인이었으며, 매출 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7개가 두피·헤어 제품이었다. K두피케어에 대한 해외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에서 직접 두피 관리를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외국인 대상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외국인 대상 'K두피케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전체 예약의 약 58%는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 영미권 관광객이었고, 유럽권 관광객도 19%를 차지했다. 이용자의 75%는 20·30대였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준오헤어 플래그십 매장 '준오서울'에서도 외국인 고객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두피 상태를 진단한 뒤 스팀과 각질 관리, 마사지, 영양 공급 등을 단계별로 진행하는 헤드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60분 동안 15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머리 위로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는 '워터폴 테라피'도 포함된다.
준오서울 측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K뷰티 체험 코스 가운데 하나로 헤드스파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9월 준오헤어의 헤드스파 매출 비중과 외국인 고객 비중은 각각 29%, 30% 증가했다.
"지나치게 잦은 세정은 오히려 피부에 독"
다만 관리 단계가 많고 샤워 시간이 길다고 반드시 피부와 두피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잦은 세정이나 강한 마찰은 피부 보호막을 손상시켜 오히려 건조함이나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바디스크럽을 매일 사용하거나 강하게 문지르면 피부 표면의 각질층이 과도하게 제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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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럽을 사용할 때는 따뜻한 물로 피부를 충분히 적신 뒤 강한 힘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사용 후에는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두피 역시 스크럽이나 세럼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두피 트러블이 심하거나 탈모가 걱정된다면 관리 제품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자신의 두피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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