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IT 수탁사 해킹에 항공·물류업계 긴장
국내 선사 5곳, 위성통신·사이버보안 통합 솔루션 도입

금융권에서 시작된 해킹 불안이 항공·해운·물류업계로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사이버 보안망 점검에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일 글로벌 항공 IT 업체 아마데우스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받았다. 아마데우스 시스템 계정의 로그인 인증정보가 무단으로 이용되면서 비인가 접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시점은 2023년 8월부터 올해 9월 사이로 파악됐다.

항공 예약정보 새고 선박까지 위협…기업들 '사이버 방어선' 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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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정보는 고객 예약번호다. 양사는 자체 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추가 유출 항목은 조사 중이다. 외부 수탁사의 시스템에서 발생한 사고가 항공사 고객정보 유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제3자 보안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예약정보가 악용될 경우 고객을 겨냥한 표적형 피싱이나 사칭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해커가 실제 항공권 예약 내역을 알고 있는 것처럼 위장해 예약 변경이나 환불, 추가 결제를 요구하면 이용자가 사기 메시지를 신뢰할 가능성이 커진다. 추가 개인정보까지 결합될 경우 계정 탈취 등 2차 피해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한진그룹 IT 계열사 한진정보통신에서도 외부 공격자의 비인가 접근으로 IT서비스관리(ITSM) 사이트 이용자 980명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유출됐다. ITSM은 전산장애 신고와 유지보수 요청 등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회사는 외부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관련 계정의 비밀번호를 초기화했다. 다만 해커 조직이 추가 계정정보와 협력업체 관련 자료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피해 범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택배업계도 해킹 우려가 커지며 배송정보 보호와 외부 계정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고객사로부터 위탁받은 배송정보를 암호화해 보관하고, 법령에서 정한 보관기간이 지나면 즉시 파기한다고 밝혔다. 이상 로그인이나 대량 조회 등 비정상적인 접근 패턴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차단하는 보안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개인정보를 위탁 처리하는 파트너사 약 1000곳을 대상으로 연 1회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보안 서약서와 개인정보 파기 확인서, 교육 이수 자료 등을 확인하고 미흡한 사항이 있으면 개선을 지원한다. 배송기사와 대리점, 위탁업체가 사용하는 개인정보 조회 계정도 월 1회 모니터링한다. 택배대리점에는 송·수하인의 성명과 휴대전화번호, 주소를 배송 목적으로만 제공한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 자체가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현대글로비스가 소유하고 HMM오션서비스가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초대형유조선(VLCC)이 해킹 공격을 당한 정황을 입수해 조사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HD현대삼호가 건조하고 에이치라인해운이 관리하는 라이베리아 소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해킹으로 의심되는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해킹은 개인정보 유출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위성통신망이나 선내 네트워크를 통해 위성항법장치(GPS), 전자해도 등 항법 시스템에 침투하면 위치정보나 항로 안내가 교란될 수 있다. 엔진과 화물 제어 시스템 등 운영기술(OT) 장비까지 영향을 받으면 선박 운항과 화물 관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실제 시스템 조작이나 운항 장애로 이어질 경우 충돌·좌초 위험이 커지고, 주요 선박의 운항 중단은 항만 운영과 화물 인도 일정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선사들은 통신과 보안을 결합한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SK해운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와 사이버보안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HMM과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KSS해운 등 국내 선사 5곳이 관련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선사별 대응도 강화되는 추세다. HMM은 오프라인 백업 체계를 구축하고 외부 취약점 점검을 통해 해사 사이버 복원력을 높일 계획이다. 팬오션은 자회사 포스에스엠을 통해 방화벽을 강화하고 데이터베이스 접근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선박과 육상 관리 시스템, 외부 통신망이 연결되는 환경에서 한 지점의 침해가 전체 운항 체계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어선을 다층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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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외부 협력업체 계정에 최소한의 권한만 부여하고, 평소와 다른 접속 기기·지역·조회량을 탐지하는 체계 강화 등 조치에 나섰다"면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접근을 차단하고 업무를 복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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