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위에서 전국민 시위로 확대
프랑스 주변국서도 대규모 시위 확산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프랑스에서 학교 시설과 교육 여건을 개선해달라며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대규모 민생 시위로 확대됐다. 학부모와 교사에 이어 노동계와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오면서 요구도 물가 부담 완화와 임금 인상으로 넓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가 발생해 상점 약 3000곳이 피해를 입었다. 교육 문제에서 시작된 불만이 고물가와 긴축에 대한 분노와 맞물리며 프랑스 사회를 흔들고 있다.

학교 고쳐달라던 학생들…노동계 합류하며 생활고 항의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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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출발점은 열악한 공교육 환경이었다. 노후한 학교 건물과 부족한 교사,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이 쌓인 가운데 학생들이 예산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 투자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였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부모와 대학생, 교사들이 동참했다. 학교 안의 문제로 여겨졌던 교육 여건이 공공서비스 전반의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노동계가 가세하면서 시위는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항의로 성격이 넓어졌다.


물가를 낮추고 임금과 연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생활비 부담이 있다. 일을 해도 생필품을 사고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교육 예산 문제와 만났다. 학생들의 학습환경 개선 요구와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가 같은 거리에서 표출된 셈이다.

집회가 커지는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 행위도 발생했다. 상점이 약탈·파손되고 차량과 건물에 불이 붙으면서 경찰과의 충돌이 격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가담자 검거와 치안 강화에 나섰지만, 영업 중단과 관광 차질까지 겹치며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값 뛰는데 지출은 줄여야…재정난에 갇힌 프랑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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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의 배경으로는 에너지 비용과 국가 재정의 압박이 함께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에너지 조달 여건이 달라진 데다 중동의 전쟁까지 겹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난방비와 교통비는 물론 생산·유통 비용을 통해 생필품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문제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 충격을 완화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재정 지출과 누적된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19.1%에 달했다.

시민들은 생활비 지원과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지만 정부에는 적자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동시에 가해진다. 재정 지출을 줄이면 교육과 복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지원을 확대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딜레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방위를 위한 국방비 부담도 지출 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안보에 투입해야 할 재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육·복지·민생 지원을 모두 충분히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 안보를 위한 지출이 당장 생활이 어려운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세수를 늘려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도 과제다. 이현우 기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변화 속에서 유럽이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재정 여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산업 변화에 따른 고용 불안까지 겹칠 경우 생활고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다.

주거난에 극우 부상 우려까지…흔들리는 유럽의 결속

민생 불안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주거비와 퇴거 문제가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마드리드의 한 집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87세 여성이 퇴거당한 사건이 주거난의 상징이 됐고, 이후 입원 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항의가 이어졌다.


관광 수요 회복과 주택 투자, 임대료 부담이 겹치는 도시에서는 주민들의 거주 안정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집세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 가계가 체감하는 생활고는 더욱 커진다.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불만이 선거를 거치며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꿀 가능성도 거론된다. 생활고를 해결하지 못한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프랑스 국민연합과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정당의 영향력 확대가 유럽의 공동 대응에 미칠 파장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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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하라는 요구가 커질수록 EU 공동 재정이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합의는 어려워질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처럼 유럽 경제와 안보에서 비중이 큰 국가들의 정책 변화는 다른 회원국에도 영향을 준다.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보 협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프랑스 시위는 거리의 충돌을 진정시키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드러냈다. 교육과 복지에 대한 요구, 생활비 부담, 재정 건전성과 안보 지출이 한꺼번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면서 국가 재정과 공동 안보를 유지할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가 유럽 각국 정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이라던 프랑스의 '생활고 시위'…EU 전역에 확산[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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