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등장하자 파인애플 양보…침팬지도 친구 먹이는 덜 빼앗는다
친구에게 먹이 뺏겨도 용서 더 쉽게 해
침팬지는 좋아하는 먹이를 얻을 기회가 생겨도 친한 친구의 것은 상대적으로 덜 빼앗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간다 응감바섬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먼저 약 8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해 침팬지 26마리 사이의 친밀도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침팬지들의 털 고르기 행동, 일상적인 상호작용 등을 기록하여 친구처럼 긴밀한 유대감을 보이는 것 같은 침팬지들을 선별했다. 그 뒤 침팬지들을 두 마리씩 짝지어 나란히 붙어 있는 방에 한 마리씩 들여보냈다. 짝지어진 두 침팬지는 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 특별히 가깝지 않은 동료 관계일 수도 있었다.
한쪽 방에는 파인애플 조각이 담긴 금속 쟁반을 놓고 다른 방에는 이 쟁반에 연결된 줄을 설치했다. 줄이 있는 방의 침팬지가 줄을 잡아당기면 옆방 침팬지 앞에 놓인 파인애플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와 빼앗을 수 있는 구조다.
실험 결과 침팬지들은 상대가 친하지 않은 동료 관계일 땐 70%의 비율로 먹이를 빼앗았다. 하지만 친구일 때는 그 비율이 61%로 낮아졌다. '요요'라는 이름의 암컷 침팬지는 절친한 친구 '파사'의 먹이를 빼앗을 기회가 주어지자 줄을 당기지 않고 아예 실험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먹이를 빼앗긴 침팬지들의 반응이었다. 각 침팬지는 친구와 함께 한 상황과 친구가 아닌 침팬지와의 경우를 모두 경험했다. 친구에게 파인애플을 빼앗긴 침팬지는 주먹으로 땅을 치거나 큰 소리를 지르고, 불안한 듯 몸을 긁는 등 강한 불쾌감과 불안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후 실험에서는 친구가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이를 더 쉽게 받아들였다.
친하지 않은 동료 관계의 상대에게는 실험 내내 비슷한 수준의 분노를 드러냈다. 연구진은 이 점에서 그들이 해당 상황을 더 적대적으로 인식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오데드 리토프 UC버클리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기대가 훗날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공정성과 다양한 도덕관념으로 발전한 기초적인 요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얀 엥겔만 사회기원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우정의 진화적 뿌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심화시켜준다"라고 설명했다.
영장류의 관계를 '우정'으로 볼 수 있는지는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온 주제다. 많은 연구자는 영장류의 관계에 '우정'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동물의 행동에 인간의 감정과 가치관을 투영하는 '의인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서 영장류가 친밀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더 큰 신뢰와 지지를 보인다는 증거가 계속 발견됐다고 보는 쪽도 있다.
실제로 친한 침팬지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손을 잡고 잠자리를 같이하며,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보호하고 상대가 슬픔에 빠졌을 때 위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친구가 다른 침팬지의 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보면 질투심을 느끼고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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