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정책에 부유층 이탈 가속화
부유세, 세수 확대로 못 이어지기도

각국이 재정 압박과 복지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세 부담을 피해 거주지나 자산을 옮기는 수퍼리치들이 증가하고 있다.


'부자 증세'하자 오히려 212조 잃은 英…전 세계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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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에선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억만장자들의 이탈로 1200억 파운드(약 212조원) 이상의 자금이 영국 밖으로 유출됐다. 인도 출신 철강 거물 락시미 미탈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세법상 거주지를 영국에서 스위스로 옮겼다. 이로 인해 300억 파운드(약 53조원) 이상의 순자산이 영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최대 납세자 가운데 한 명인 크리스 로코스 헤지펀드 매니저도 그리스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퍼리치'들이 이탈하는 데는 노동당 정부의 잇따른 증세 정책이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단행하며 200년 넘게 유지해온 비거주자 과세 특례 '논돔'(non-dom) 제도를 폐지했다. 논돔은 영국에 거주하면서도 세법상 주소지 또는 영구적 거주지를 해외에 둔 개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기존 제도 아래 영국 내 소득에는 세금을 내되 해외 소득은 영국으로 송금하지 않는 한 과세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편된 규정에 따르면 새로 영국에 입국한 사람은 최초 4년간 해외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이후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증세를 둘러싼 정부와 부유층의 갈등이 해외 이주로 이어진 사례는 영국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이 최고세율 75%의 부유세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프랑스의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사례 등이 이어졌다. 프랑스 최고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도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철회했다.

노르웨이에서도 중도좌파 정부가 2022년 11월 부유 세율을 인상하자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영국 가디언은 "2022년 한 해에만 노르웨이의 억만장자와 백만장자 30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직전 13년간 해외로 떠난 초고액 자산가 수보다 많다.


미국 워싱턴주는 고소득자에게 새로 부과하기로 한 소득세 법안에 대해 주민 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워싱턴주 세무 당국에 따르면 새 소득세는 연간 과세 대상 소득 가운데 100만 달러(약 13억3640만원)를 초과하는 금액에 9.9%의 세율을 적용한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도 '부자 증세'를 핵심으로 한 2027회계연도 예산안을 내놨으나 세금 인상 부담이 일반 주민과 중소기업에도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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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가 기대만큼의 세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있다. 프랑스는 부유층의 반발 속에 부유세를 도입했지만, 세수 확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2015년 폐지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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