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어 문학동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4개사 경합
강병선 창립자, 출판 IP 확장·편집권 보장 등 인수 조건 제시
지분 100% 매각 추진…주주 동의 전해졌지만 본계약은 아직
웹툰·웹소설 유통망과 문학 결합 기대…독립적 출판 기조 유지가 관건

국내 대표 문학출판사 문학동네의 새 주인 후보로 다우키움그룹이 선정됐다.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다우키움그룹이 국내 최대 문학출판사까지 인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출판·미디어 산업의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3년 창립 이후 편집자 중심의 경영과 출판 자율성을 유지해 온 문학동네가 대형 기업집단에 편입될 경우 기존 출판 기조와 경영체제가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된다.


문학동네 사옥 전경.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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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학동네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는 전날 오후 임직원들과 만나 다우키움그룹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 4곳을 검토한 끝에 다우키움그룹을 협상 대상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강 전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인수기업을 선정하면서 전통적인 출판의 가치를 존중하는지, 문학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확장 능력을 갖췄는지, 편집권과 임직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강 전 대표는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인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문화예술 사업의 의지가 있는 곳"을 인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수 가격보다 문학동네의 출판 가치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역량을 중요하게 봤다는 취지다. 다우키움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최종 후보 4곳 가운데 가장 높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지난 9월 강 전 대표가 자신의 보유 지분 41.5%를 처분하기로 하면서 본격화했다. 문학동네의 나머지 지분은 문인과 평론가 등 기타 주주 51.8%, 자기주식 6.7%로 구성돼 있다. 기타 주주 가운데는 문예지 '문학동네'의 초대 편집위원들도 포함돼 있다.


협상에 참여한 기업들은 강 전 대표의 지분만이 아닌 회사 지분 100% 인수를 희망해 왔다. 그러나 창립 초기부터 회사에 참여한 주주들의 지분까지 일괄 매각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부 주주는 지분 매각에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강 전 대표가 주주들을 설득해 온 가운데, 23일 직원 설명회에서는 주주들이 지분 100% 매각에 동의한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매각 범위와 세부 조건은 향후 계약 체결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인수계약 체결에 앞선 단계다. 문학동네 측도 향후 본계약을 위한 실사와 협상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은 1986년 설립된 다우기술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집단이다. 다우기술과 키움증권 등 정보기술(IT)·금융 분야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지만, 콘텐츠 분야에서도 웹툰·웹소설 제작과 유통 사업을 확대해 왔다.


대표적인 계열사인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코믹스와 봄툰, 델리툰 등을 통해 국내외 웹툰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을 통해 확보한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과 해외 플랫폼 네트워크를 문학동네의 출판 사업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학동네는 소설과 시를 중심으로 작가군과 출판 목록을 구축해 온 출판사다. 문학동네소설상과 문학동네신인상, 젊은작가상 등 문학상을 통해 신진 작가를 발굴했고, 한강을 비롯한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하며 한국 문학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같은 문학 콘텐츠가 다우키움그룹의 웹툰·웹소설 제작 및 해외 유통망과 결합하면 원작을 기반으로 한 2차 콘텐츠 제작과 해외 사업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 다우키움그룹이 출판사가 보유한 작가 네트워크와 기획 역량을 활용해 콘텐츠 사업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가 경영난으로 매물에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번 거래의 특징이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매출 368억7000만원, 영업이익 70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판매가 크게 늘었던 2024년 매출 463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도 약 19.2%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앞서 문학동네 주요 주주들은 매각 추진 배경에 대해 출판업의 불황보다 콘텐츠 산업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단행본 출판을 넘어 문학 작품을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려면 기존 출판사의 자금과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우키움그룹은 중앙일보 인수전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지난 19일 CJ그룹과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중앙일보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채권단 주도로 매각을 추진해 왔다.


중앙일보 인수는 다우키움·CJ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거래로, 문학동네 매각과는 별개다. 두 거래가 모두 성사되면 다우키움그룹은 기존 웹툰·웹소설 사업에 신문과 문학출판 분야까지 더하면서 콘텐츠 사업의 외연을 넓히게 된다.


관건은 문학동네가 유지해 온 독립적인 출판·경영체제의 향방이다. 문학동네는 창립자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편집자 출신 내부 인사가 대표를 맡는 독특한 경영구조를 발전시켜 왔다. 새로운 대표가 전임 대표와 3년간 공동대표를 맡고, 이후 3년간 단독대표를 거쳐 다시 후임과 공동대표를 맡는 이른바 '3-3-3 체계'가 대표적이다.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이 같은 경영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19일 김소영 공동대표가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이달 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왔으며, 현재 이현자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지분 매각에 대한 내부 이견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사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출판계가 주목하는 것은 인수 이후 문학동네의 편집권과 작가 중심 출판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문학출판은 신인 발굴과 작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적인 수익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도 적지 않다. 대형 기업집단의 사업 전략과 문학출판의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지가 향후 경영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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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대표가 인수 조건으로 편집권과 임직원의 권리 보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우키움그룹이 이를 실제 계약과 경영체제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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