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유서 확인한 특검… "논란 방지"가 수사 권한?
선관위 특검, 고인 유서 확인에 엇갈린 설명
특검법, 12개 의혹 관련 자료만 요청 허용
변호인단 "유족 동의 없이 확보·해명에 이용"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강압수사 의혹을 해명하려고 숨진 피의자의 유서를 확인하면서 법정 권한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법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12개 의혹과 관련된 자료에 한해 관계 기관에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유서가 수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어떤 법적 근거로 확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 특검팀은 23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고인의 유서에 대해 "수사팀에서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판단해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이날 오전 "불필요한 논란 방지를 위해 절차를 거쳐 고인의 유서를 확인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유서를 수사 관련 자료라고 설명하면서도 실제로는 강압수사 의혹을 해명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애초 특검팀이 유서 확인 이유로 내세운 '불필요한 논란 방지'가 특검법에 정해진 수사 목적에 해당하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선관위 특검법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12개 의혹과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경찰 등 관계 기관에 수사기록과 증거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범위도 이들 사건과 관련된 자료로 제한된다. 고인의 사망 경위는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유서가 법정 수사 대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 사실상 함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관련 물음에 "수사 관련성 여부는 수사팀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유서를 어디서 넘겨받았는지, 어떤 법적 근거로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고인의 변호인단도 이날 특검팀의 유서 확보와 활용 방식에 대해 거세게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특검팀이 유족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유서를 확보해 자신들의 해명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 목적으로 취득한 자료는 그 목적 범위 내에서만 활용해야 한다"며 "유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취지를 왜곡해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유서는 고인이 남긴 사적인 기록인 만큼 유족의 동의 없이 확보하려면 적법한 권한과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수사기관이 다른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성이 확보 권한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도 특검팀은 유서가 법정 수사 대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히지 않은 데 이어 유족 동의 없이 확보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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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앙선관위 소속 직원이던 고인은 지난 20일 선거용품 계약 관련 입찰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특검팀 조사를 받은 뒤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특검팀은 유서에 강압수사를 주장하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으나, 변호인단은 조사 과정에서 압박과 진술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날 조사 관여자들의 직무 배제와 파견 해제를 요구를 담은 공문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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