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방해 넘어 공익제보 공방으로…쿠팡 '블랙리스트' 논란 재점화
노동부 "타사 취업방해 확인 안돼"
2년 8개월 만에 조사결과 내놔
내부 자료 유출 제보자 검찰 송치
참여연대 "공익신고 위축 우려"
쿠팡이 재취업 등을 막기 위해 퇴사자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법을 위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위법행위가 규명되지 않았으므로 최초 폭로에 대한 공익성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의혹을 폭로한 전직 직원이 검찰에 송치되자 '공익 제보자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24년 시작된 블랙리스트 논란이 2년 8개월 만에 취업 방해 위법성 여부를 넘어 공익제보의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1만6450명 명단 폭로…노동부 "외부 취업방해 확인 안 돼"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쿠팡이 과거 일부 퇴사자의 명단인 '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했다. 다만 다른 회사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노동부는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기업이 자사 채용에 한정해 관련 자료를 활용한 행위까지 해당 조항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용 공정성과 지원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란은 2024년 2월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CFS 전직 인사팀 직원 김모씨가 내부 명단의 존재를 언론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CFS가 2017년 9월부터 약 6년간 물류센터 근무자 등 1만6450명의 실명과 연락처, 취업 제한 사유 등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이었다. 특히 명단에 사규 위반자뿐 아니라 쿠팡의 노동환경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인 등도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당시 쿠팡 측은 해당 자료가 절도, 성희롱, 폭행 등 문제를 일으킨 인물로부터 다른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인사관리 자료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취업방해 목적으로 쓰인 적이 없다'는 결론은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린 판단과도 비슷하다. 당시 김씨는 쿠팡이 공익제보를 이유로 경찰에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우려에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요구했으나 권익위는 이를 기각했다. 권익위 측은 명단이 취업방해 목적으로 작성됐는지 명확하지 않고, 실제 취업방해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법적으로 불법 행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공익신고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보자 송치에 시민단체 반발…"공익성 고려해야"
노동부의 조사 결과 발표와 맞물려 최초 제보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1일 김씨와 전직 직원 A씨 등 2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공소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씨는 퇴사한 이후 A씨의 계정을 이용해 회사 내부 시스템에 무단 접속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CFS 측이 지난해 1월 국회 청문회에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수집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제보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으나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는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어 수사가 이어졌다. 경찰은 당초 쿠팡 측이 주장했던 업무상 배임과 영업비밀 누설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공익 제보가 대기업 등의 위법 의혹과 부조리를 사회에 고발해 이를 시정하기 위한 행위지만, 결과적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정부 수사 결과가 나왔다면 실제 공익에 부합하는 행위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폭로 대상의 위법성 판단과 제보 행위의 공익성은 별개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22일 성명을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 의무가 있는 수사기관이 제보자를 송치한 것은 제보자에 대한 압박과 탄압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이 제보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체 실패했는데 '띵동' 돈이 들어왔다"…토스서 터진 325억 금융 사고
다만 이번 노동부의 판단은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 금지 조항 위반 여부에 관한 것으로, 명단 작성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수집·관리 문제나 제보자의 자료 확보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까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현재 시민단체 등이 CFS 관계자들을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별도로 수사 중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