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전기화의 꿈

재생에너지 확대→저장 능력 중요
AIDC는 탄력적 전력 관리도 필요
V2G 사업 실증 단계 넘어설까

편집자주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 에너지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기자들이 다양한 현안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재도약을 앞두고 있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는 동시성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이다.


ESS는 신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보조 장치 수단이다. 태양광, 풍력 등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태양광을 예로 들면, 해가 떠 있는 낮에는 필요한 양보다 많이 만들어지고, 정작 수요가 몰리는 저녁에는 발전량이 줄어드는 간헐성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ESS는 이 간극을 좁혀준다. 전력 사용량이 적을 때는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수요가 많은 시간에 공급이 가능하다.

전남 영광 약수 해상풍력 발전. 약수 해상풍력은 4.3MW 규모로 영광군 백수읍 2.5㎞ 부근 해상에 전남개발공사가 지방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이다. 강진형 기자

전남 영광 약수 해상풍력 발전. 약수 해상풍력은 4.3MW 규모로 영광군 백수읍 2.5㎞ 부근 해상에 전남개발공사가 지방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이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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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는 에너지 저장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물의 위치에너지를 활용하는 양수발전방식, 압축한 공기의 압력에너지를 이용하는 압축공기저장방식, 그리고 배터리를 활용하는 BESS(Battery Energy Stroage System)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인한 B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I시대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전력을 많이 공급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연한 전력 관리가 필수적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지난해 52기가와트(GW)에서 2030년 115GW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사용하는 AI데이터센터는 수많은 GPU가 동시에 연산을 시작하고 멈추면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이때 균형을 맞춰주는 장치가 ESS다.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치솟을 때는 저장된 전력을 빠르게 공급하고 반대로 수요가 줄어들면 전력을 다시 저장하는 방식으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한다.


배터리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ESS 작동 원리


배터리를 활용하는 ESS의 구조는 크게 배터리 시스템과 전력변환장치(PCS·Power Conversion System), 배터리관리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에너지관리시스템(EMS·Energy Management System)으로 구성된다.


배터리 시스템은 전력을 저장하는 ESS의 핵심 장치다. 배터리는 셀, 모듈, 팩, 랙 등의 단위로 구성된다. 셀에서 모듈, 팩에서 랙으로 갈수록 물리적 크기와 무게, 전압 그리고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단계적으로 커진다. 배터리 ESS 시스템은 여러 팩 혹은 랙을 컨테이너에 설치해 대규모 전력을 저장한다.


최근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이유도 ESS 성장세와 관련이 있다. LFP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다. 그러나 ESS는 땅 위에 고정된 시설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가진 LFP의 강점이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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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시스템 내부에는 BMS가 탑재된다. BMS는 ESS에 들어가는 수십 개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배터리 셀을 하나처럼 움직이게 하면서 전압·전류·온도 이상을 감지할 경우 충전과 방전으로 안전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장치다. 이를 바탕으로 잔존 용량과 수명·성능 상태를 추정해 셀 밸런싱과 과충전·과방전 등을 제어하고, 배터리가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관리한다.


PCS는 단순히 전기를 변환하는 것을 넘어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장치다. 기능적으로는 전기의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터리에 저장되고 방출할 때 사용하는 전기는 직류이지만, 일상 전력과 송·배전망은 교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변환이 필수적이다.


BMS가 배터리 내부 상태를 관리한다면, EMS는 ESS에 저장된 전기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ESS의 전반적인 운영 소프트웨어 역할을 담당한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ESS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탈탄소 전기 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확대해나가려면 ESS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읍 농경지에 설치된 영농형태 태양광 발전소. 강진형 기자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읍 농경지에 설치된 영농형태 태양광 발전소.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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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의 잉여 전력을 붙잡아두면 해외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통신 시설에도 활용되는 ESS는 전력망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전력 변동이 닥쳐도 서버와 국가 기간시설을 지켜 낸다.


정부는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시작했다. 3차 입찰 규모는 설비용량 기준 총 1180메가와트(㎿)에 달한다. 1·2차 사업의 합산 물량(1100㎿)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다.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대비하기 위함이다.


미중 갈등은 ESS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 ESS는 중국 LFP 배터리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지외국단체(PFE·Prohibited Foreign Entity) 관련 공급망 제한 정책에 따라 중국산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착공하는 ESS 프로젝트에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특정 우려 국가 관련 단체와 기업들이 생산하는 원자재 및 부품 등을 사용한 경우 세액공제 적용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주차장에서 남은 전기 되판다


전기자동차로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V2G(Vehicle to Grid)' 실증 사업도 진행 중이다. V2G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ESS처럼 활용해 주차 중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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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생산된 전기로 충전하고, 저녁에는 전기자동차에 남아 있는 전기를 되팔 수 있다.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이동형 배터리'이자 동시에 움직이는 ESS 장치가 되는 것이다.


수익은 전력 기장가격, 차량 연결 시간, 발전량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차가 제주에서 진행 중인 V2G 실증의 가상발전소(VPP) 운영사업자 헤르트에 따르면 차주가 설정한 최소 배터리 잔량 이하로는 방전하지 않는다. 전력망 기여도, 가격이 높은 시간대에 한정해 자동 방전된다. 출차 예정 시각에는 고객이 원하는 충전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에 사는 이선영씨는 "필요한 시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 안정뿐만 아니라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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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반 충전과 다른 양방향 충전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발전소가 아닌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로 송전하고 돈을 받는 구조가 기존 전력 시장 규격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V2G의 확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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