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써저리서 강운 개인전 'Operation Cloud'
한지 붙이고 글씨 덮으며…하늘에서 마음으로 옮겨간 회화
구름을 그리는 화가가 나무젓가락을 들었다. 강운은 '마음산책' 연작을 제작하면서 딸과 나눈 대화를 캔버스에 쓰고 지웠다. 그 위에 색을 덧입히는 일을 반복했다. 누군가에게 읽히려는 글이라면 굳이 덮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마음속 말을 꺼내놓은 뒤, 그 말이 색 아래 머물도록 했다. 강운의 그림에서 아름다운 색을 보기 전에 살펴볼 것은 이 쓰고 덮는 순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써저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오퍼레이션 클라우드(Operation Cloud)'는 그 과정을 '수술'이라는 말로 다시 들여다본다. 27일 개막해 12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다. 지난 11일 끝난 사비나미술관 개인전 '색으로 태어나다'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작업의 변화를 돌아봤다면, 이번 전시는 그 변화 속에 쌓인 기억과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강운에게는 '구름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름의 운(雲)부터 구름이다. 1998년 성곡미술관 첫 개인전 이후 오랫동안 하늘과 구름을 다뤘으니 자연스러운 호칭이다. 초기 '순수형태' 연작에서는 구름의 형상을 극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후의 작업까지 하늘 풍경이라는 말로 묶으면, 같은 구름을 만들면서도 손이 하는 일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공기와 꿈'에서는 얇은 한지 조각을 겹겹이 붙였다. 흩어지는 구름을 만드는 데 작은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반복이 필요했다. 가벼워 보이는 화면에 손의 노동이 축적되는 셈이다. 구름의 윤곽을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에서, 종이가 포개지며 어떤 깊이를 만드는가로 회화의 관심이 옮겨갔다.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 곁에 종이를 다루는 몸의 시간이 들어왔다.
'물 위를 긋다'에서는 젖은 한지에 획을 긋는다. 여기서는 손을 움직이는 일만큼 움직임을 멈추는 일이 중요해진다. 획을 그을 수는 있어도 물이 스미고 번지는 과정까지 붓으로 정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지를 붙일 때와 물의 번짐을 기다릴 때, 작가가 화면에 관여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강운이 오래 붙들어온 구름은 그렇게 재료와 시간을 시험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마음산책'에 이르면 그 시간이 개인의 기억과 만난다. 캔버스에 말을 적고 그 위를 색으로 덮는 행위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적지 않은 화면에 색을 칠하는 일과 다르다. 말이 먼저 있었고 색은 그다음에 왔다. 완성된 그림에서 문장을 읽을 수 없더라도, 색 아래에는 이미 무언가를 털어놓은 시간이 놓여 있다. 이 작업을 치유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다음 색을 올렸는지 따라가게 되는 이유다.
전시 제목의 '오퍼레이션'에는 수술과 작전이라는 뜻이 겹친다. 형태를 붙잡기 어려운 구름에 정밀한 절개를 연상시키는 말을 붙였다. 전시 공간의 이름인 '써저리(SURGERY)' 역시 수술을 뜻한다. 자칫 제목의 말장난으로 끝날 수 있는 조합이지만, 강운의 작업에 대입하면 구체적인 질문이 생긴다. 색으로 덮어온 마음을 다시 연다는 것은 무엇을 보려는 일일까.
작가는 "여기서 '수술'은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층들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행위의 은유"라고 설명했다. 이 말에서 눈여겨볼 것은 '조심스럽게'다. 상처를 단번에 도려내겠다는 선언보다, 쌓인 시간을 훼손하지 않고 들여다보려는 태도에 가깝다. 그의 그림에 붙이는 치유라는 해석도 한지를 붙이고, 획을 긋고, 글씨 위에 색을 올리는 구체적인 행위를 거칠 때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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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서 마음으로 옮겨온 작업은 소재의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초기에는 눈앞의 형상을 화면에 붙잡았다면, 이후에는 붙이고 기다리고 덮는 과정 자체가 그림의 내용이 됐다. 강운은 자신의 여정을 "형상을 그리는 일에서 출발해 현상을 바라보는 일로, 다시 행위와 기다림을 지나 조건과 시간의 문제로 이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오퍼레이션 클라우드'는 그가 구름을 그리며 쌓아온 시간을, 마음의 층을 열어보는 일로 다시 읽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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