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가 사용한 2차대전 유물
남극 부분에 커다란 구멍 생겨
미국 국방성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에 놓으려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역사적 유물이 직원들의 실수로 파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약 90년 된 지구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무리하게 유물 이동을 추진한 장관의 판단을 둘러싸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연합뉴스는 워싱턴포스트(WP) 등을 인용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성 장관의 직원들이 지난 2월 3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던 대형 지구본을 장관 집무실로 옮기던 중 떨어뜨려 파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지구본은 193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30인치(약 76㎝) 크기의 유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아이젠하워가 군 복무 시절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젠하워는 군사작전을 구상하면서 지구본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국방성 청사인 펜타곤에는 그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형 지구본 두 개가 보존돼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가운데 하나를 자신의 집무실에 전시하고 싶어 했고, 참모진에게 이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동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구본을 운반하던 직원들이 균형을 잃으면서 지구본이 받침대 위로 떨어진 것이다.
이 충격으로 지구본의 남극 대륙 부근에 수인치 너비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구형 본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연결된 금속 지지대에서도 분리됐다. 문제는 당시 전문 인력을 동원하지 않은 채 이동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통상 펜타곤 내부의 역사적 유물은 전문 관리 인력의 감독 아래 운반된다. 하지만 사고 당시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육군 군사 역사센터 소속 전문가들이 일시 휴직 상태였다. 헤그세스 장관 측은 전문가들이 복귀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자체 인력을 동원해 지구본을 옮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한 당일 부분 셧다운이 종료됐다. 전문 인력의 복귀를 조금만 기다렸다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P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 측의 성급한 결정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사고 이후 지구본을 집무실로 옮기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사건은 펜타곤 내부에서 소문과 조롱의 대상이 됐지만, 외부에는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미 육군 대변인은 WP에 지구본이 이동 과정에서 손상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국방부 관계자 역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며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고, 지구본은 현재 수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복구 비용과 수리 완료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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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두고 헤그세스 장관의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관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기존 국방부의 대외 명칭을 과거의 '전쟁부'로 되돌리는 조치를 추진했다. 전쟁부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치렀던 시기에 사용했던 명칭이다. 그는 국방부로 명칭이 바뀐 이후 미국이 주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자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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