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특구 첨단기술기업 지정제도

세제혜택 등 지역 기술기업 성장 뒷받침

부산의 첨단기술기업들이 조선기자재와 플랜트 중심의 산업 지형을 수소와 정보보안 등으로 넓히고 있다.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매출을 만들며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연구개발특구의 첨단기술기업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부산연구개발특구에서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은 지금까지 19곳이다. 극저온 펌프 기술을 앞세운 액화수소 충전시스템 기업부터 영상 데이터 보안 솔루션을 개발한 정보보안 기업까지 분야도 다양해졌다. 기술의 우수성뿐 아니라 사업화 실적과 연구개발 투자 역량까지 함께 평가하는 제도가 지역 기술기업의 성장 경로와 맞물리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액화수소 충전시스템 기업 ㈜대하다. 대하는 2024년 극저온 펌프 기술과 관련한 실증특례를 받은 뒤 기술 실증을 추진했고, 이를 토대로 첨단기술기업에 지정됐다. 실증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로 연결한 데 이어 세제 혜택까지 확보했다.

주식회사 대하가 개발, 생산 중인 극저온 펌프.

주식회사 대하가 개발, 생산 중인 극저온 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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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HYDROGEN EXPO 2025에 참가한 (주)대하 부스.

WORLD HYDROGEN EXPO 2025에 참가한 (주)대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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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2024~2025년 두 사업연도에 걸쳐 첨단기술기업 관련 세제 적용으로 약 2억원의 법인세 감면 효과를 거뒀다. 절감한 비용은 후속 연구개발과 시장 확대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대하 허기 대표는 "실증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 사업화와 첨단기술기업 지정으로 이어졌다"며 "세제 부담을 줄여 확보한 재원을 후속 연구개발과 시장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하의 사례는 기술 실증과 사업화, 세제 지원이 각각의 절차에 그치지 않고 기업 성장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에서 출발해 매출을 만들고, 확보한 재원을 다시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구조다.


첨단기술기업의 외연은 제조업을 넘어 정보보안 분야로도 넓어졌다. 피시오㈜는 연구개발특구에서 정보보안 분야 최초로 첨단기술기업에 지정됐다.

LinkShield Aizip V2.0 구성도.

LinkShield Aizip V2.0 구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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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오가 보유한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고 IPsec 기반 보안전송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 'LinkShield Aizip V2.0'이다. 회사는 국가전략기술 및 원천기술에 기반한 첨단기술·제품 확인을 거쳐 지정 요건을 갖췄다.


보안 기술은 고객이 성능을 직접 비교하거나 검증하기 쉽지 않다.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고객과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적 절차를 거친 첨단기술기업 지정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피시오 곽서준 대표는 "기술기업은 고객과 투자자에게 자사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했다. 곽 대표는 "첨단기술기업 지정을 계기로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외 조달 및 군수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에 참가한 피시오 부스.

2026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에 참가한 피시오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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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정은 첨단기술기업 제도가 특정 산업에 한정된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조·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활용돼 온 제도가 정보보안 등 디지털 기술 분야로 확대되면서 지역 기술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첨단기술기업은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을 지정하는 제도다.


단순히 기술이 우수한지를 확인하는 인증과는 다르다. 첨단기술·제품 확인은 물론 해당 기술·제품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과 기업 규모별 연구개발비 비중 등을 함께 평가한다. 기술을 보유했는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화 성과를 냈는지, 지속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갖췄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지정 기업은 관련 세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감면 여부와 규모는 기업의 창업 시점과 소득 발생 시기 등 개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지정 자체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세제 혜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평가 구조는 기술기업이 사업화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개발에 성공해도 제품 생산과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매출을 내더라도 후속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첨단기술기업 제도는 기술과 사업 실적, 연구개발 투자를 함께 살펴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선기자재에서 수소·의료기기·AI까지 부산의 첨단기술기업 지도도 확대되고 있다.


부산의 첨단기술기업 19곳에는 동화엔텍, 한라IMS, 디오, 영도산업, 대하, 피시오, 동서기연, 파나시아, 마이텍, 애드크로, 엔지엠, 노바인터내쇼널, 세명에프엔브이, 마린웍스, 엘케이베큠, 은광산업, 우민기술, 블루싸이언스, 해우기술 등이 이름을 올렸다.


조선기자재와 플랜트 등 전통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부산의 기술기업들은 수소와 의료기기, 정보보안, 인공지능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첨단기술기업 지정 사례에서도 산업 전환의 흐름이 드러난다. 지역 산업의 기반을 지탱해 온 제조 기술과 새롭게 성장하는 디지털 기술이 함께 포함되면서 부산 기술기업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기술력이 있다고 누구나 지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특구 입주 여부를 비롯해 첨단기술·제품 확인, 관련 매출 비중, 연구개발비 비중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청에 앞서 매출을 기술·제품별로 적절하게 구분하고 있는지, 연구개발비를 기준에 맞게 집계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부산연구개발특구본부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매출과 연구개발비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아 지정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사업화를 추진하는 특구 기업은 사전에 지정 가능성을 진단하고 필요한 요건을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첨단기술기업 제도의 성과는 지정 기업 수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기업이 기술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고 세제 혜택 등을 활용해 연구개발을 이어가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하의 극저온 펌프와 피시오의 정보보안 솔루션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을 사업으로 키우려는 과제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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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기업 지정을 희망하는 기업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을 통해 지정 대상 여부와 준비 절차를 상담할 수 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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