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수출액 6000억원 돌파
SNS·건강 열풍에 MZ세대 중심 인기
폭염에 원료값 170% 급등
농가 고령화·차밭 감소까지 겹쳐
전 세계적으로 말차(Matcha) 열풍이 확산하면서 원산지인 일본이 뜻밖의 위기에 직면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말차 음료와 디저트가 인기를 끌면서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료 가격이 급등하고 인기 제품의 생산까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농가 고령화와 차밭 감소에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일본 차 산업의 구조적인 공급난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23일 산케이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말차를 포함한 일본 녹차 수출액은 지난해 721억엔(약 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1~5월에도 402억엔어치가 수출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의 대표적인 차 산지인 교토부 우지에는 말차를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 바이어들이 몰리고 있다. 190년 역사를 지닌 차 제조업체 교에이제차의 고급 말차 제품 '와케이'는 1g당 100~120엔에 판매되지만, 30g짜리 제품을 수십 개씩 구매하는 소비자도 등장했다. 이 업체의 말차 매출은 10년 전보다 3~4배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커피 대신 말차? SNS·건강 열풍에 전 세계 MZ세대 열광
말차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새로운 소비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해 7월 전 세계 말차 열풍을 조명하면서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가 인기를 확산시키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특유의 선명한 녹색이 사진과 영상에서 시각적인 매력을 발휘하는 데다, 인플루언서들이 말차 라떼 제조법과 디저트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말차는 일본 전통 다도에서 즐기던 음료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세계 각국의 카페와 디저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말차 라떼와 스무디는 물론 아이스크림, 초콜릿, 도넛, 케이크 등 활용 범위도 다양해졌다. 게티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실제로 말차는 일본 전통 다도에서 즐기던 음료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세계 각국의 카페와 디저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말차 라떼와 스무디는 물론 아이스크림, 초콜릿, 도넛, 케이크 등 활용 범위도 다양해졌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말차를 활용한 신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BBC는 영국 스타벅스의 말차 라떼와 싱가포르 크리스피 크림의 말차 도넛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역시 말차 열풍을 뒷받침하고 있다. 말차에는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진 카테킨과 비타민E 등이 함유돼 있다. 커피와 달리 카페인과 아미노산인 테아닌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다만 말차 역시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인 만큼 커피보다 무조건 건강에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본 관광 붐도 인기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엔화 약세와 일본 여행 수요 증가로 현지에서 말차를 접한 관광객들이 귀국 후에도 관련 제품을 찾으면서 해외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폭염에 생산량 줄고 원료가격 급등…인기 아이스크림도 단종
그러나 폭발적인 수요와 달리 말차 생산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교토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차나무가 피해를 보면서 말차 원료인 덴차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교토 지역은 일본 덴차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산지다. 현지에서 6대째 차 농사를 짓는 요시다 마사히로 씨는 지난해 여름 폭염의 영향으로 2025년 수확량이 평소 2t에서 1.5t으로 약 25% 줄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교토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차나무가 피해를 입으면서 말차 원료인 덴차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교토 지역은 일본 덴차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산지다. 게티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원료 가격도 치솟았다. 지난해 5월 교토에서 열린 덴차 경매에서는 평균 거래 가격이 1kg당 8235엔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0% 상승한 수치로, 종전 최고 기록인 2016년의 4862엔도 크게 웃돌았다. 일부 해외 유통업체에서는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싱가포르 차 유통업체 티라이프의 창업자 이시이 유키는 로이터에 고객들의 말차 수요가 전년보다 10배 증가했지만, 일본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 사실상 상시 품절 상태라고 설명했다.
원료 부족은 일본 내 식품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일본 대형 식품업체 메이지는 지난 2월 인기 아이스크림 '메이지 에셀 슈퍼컵 말차'의 생산을 종료했다. 2002년 출시 이후 24년간 판매해 온 장수 제품이지만 말차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메이지는 이달 일본 언론에 세계적인 말차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생산 종료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차나무도 농부도 늙어간다…2050년 차밭 80% 감소 전망
더 큰 문제는 말차 공급난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차밭 면적은 2020년 4만1500ha에서 지난해 2만5400ha로 감소했다. 5년 사이 약 39% 줄어든 셈이다. 현재와 같은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에는 차밭 면적이 5000ha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보다 80% 이상 줄어드는 규모다.
말차는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를 거친 찻잎을 가공해 만든 덴차를 미세하게 분쇄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일반 녹차인 센차보다 재배와 가공 과정이 까다롭고, 새로운 차밭을 조성해 안정적인 수확량을 확보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게티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가장 큰 원인으로는 농가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이 꼽힌다. 그동안 일본의 찻잎 가격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수익성 악화로 젊은 세대가 가업을 이어받는 사례가 줄었다. 농사를 포기하거나 경작지를 방치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차나무 자체의 노후화도 문제다. 상품성이 높은 찻잎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은 대략 35년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전체 차밭의 약 40%에서는 수령 30년이 넘는 차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와 업계가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말차는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를 거친 찻잎을 가공해 만든 덴차를 미세하게 분쇄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일반 녹차인 센차보다 재배와 가공 과정이 까다롭고, 새로운 차밭을 조성해 안정적인 수확량을 확보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일본 정부는 센차 재배 농가의 말차 원료 생산 전환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말차 인기가 장기간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나아가 세계적인 말차 열풍이 이어지면서 일본의 전통 말차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AP통신은 중국과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말차 생산에 나서고 있다며 일본이 전통적인 말차 생산국이라는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외에서는 고급 다도용 가루차뿐 아니라 라떼와 디저트 제조에 활용되는 가공용 말차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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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전 세계가 일본 말차를 찾고 있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원료가 부족해 인기 제품마저 생산을 중단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할 생산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세계 말차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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