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만 먹는줄 알았는데…젊은층 푹 빠진 '이색 먹거리' 사라질 위기?[맛있는 이야기]
日 아키타현 지역 특산물 이부리갓코
폭설 피해 화덕 연기로 말린 단무지
젊은 층에 조명…이색 디저트로 재탄생
일본에는 훈연 향이 나는 단무지가 있다. 이부리갓코, 혹은 이부리즈케라고 불리는 지역 특산품이다. 혼슈 도호쿠 지방 아키타현에서 만드는 이부리갓코는 마치 그을린 듯한 갈색빛을 띠며, 독특한 풍미 덕분에 술안주, 혹은 치즈 등 서양 음식과 함께 먹는 이색 디저트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를 연기에 태워 절인 독특한 특산물
이부리갓코는 말린 무를 절여 만든 단무지의 일종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먹는 노란 단무지와 달리, 마치 검게 탄 듯한 갈색빛을 띤다. 이부리갓코는 뜨거운 연기에 바짝 말린 무를 쌀겨, 소금, 설탕 등에 절여 만든다. 맛은 일반 단무지처럼 새콤달콤하며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졌지만, 훈제 음식 특유의 쓰고 스모키한 향이 더해져 오묘한 풍미를 더한다.
아키타현은 왜 연기에 그을린 단무지를 만들게 됐을까. 일본 이부리갓코진흥협의회 설명에 따르면, 아키타현은 순무를 재배하는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 이른 폭설이 내리는 지역으로 악명 높았다고 한다. 단무지를 만들려면 무를 건조한 야외에 말려야 하는데, 아키타현에서는 궂은 날씨 때문에 무를 말릴 겨를이 없었다.
냉장고 등 채소 저장고가 없었던 과거, 농가는 말린 무 없이 겨울을 버틸 식량을 저장할 수 없었다. 아키타현 농부들은 한가지 묘안을 냈는데, 실내에 있는 화덕 연기에 순무를 그을려 건조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훈제 단무지 이부리갓코가 탄생했다. 이부리갓코진흥위원회는 "겨울의 추위와 폭설에도 질 수 없었던 우리 어머니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어른들 술안주에서 디저트로 재탄생
냉장 기술이 발달한 20세기 이후로는 이부리갓코를 굳이 만들어 먹을 필요 없어졌지만, 훈연 단무지 특유의 독특한 풍미에 매료된 마니아들이 생겨난 덕에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아키타현에는 이부리갓코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장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때 이부리갓코는 어른들이 즐겨 먹는 지역 특산물쯤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젊은 층에 주목받고 있다. 우선 이부리갓코 특유의 '연기 맛'이 위스키 등 독한 서양 술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부리갓코를 소개하는 현지 농가에서도 양주, 일본주 등에 곁들여 먹는 안주로 소개한다.
한편 얇게 저민 두 개의 이부리갓코 사이에 두툼한 크림치즈를 끼워 먹는 디저트인 일명 '이부리샌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부리샌드는 틱톡, 인스타그램, 엑스(X) 등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에게 퍼지면서 화제가 됐으며, 지금은 국내에서도 시도될 만큼 유명해졌다. 일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아예 이부리갓코와 크림치즈를 세트로 판매하기도 한다.
제2 황금기 맞이했지만…후계자 못 구하는 장인들
이부리갓코는 이제 막 2차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키타현 농가에선 이부리갓코가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한 상태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일본의 식품 규제, 그리고 고질적인 농가 고령화 탓이다. 2024년 개정된 일본 식품위생법은 소규모 식품 생산자들에게도 높은 위생 기준을 요구하는데, 가내수공업이 대부분인 이부리갓코 장인들에게 막대한 추가 생산 비용을 안기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통 이부리갓코 제조 장인들에게서 일자리를 넘겨받을 청년 장인이 없다는 점이다. 2022년 이부리갓코진흥협의회가 300명의 아키타현 농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장인 중 40%는 "단무지 절임 만들기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당시에도 이미 장인들의 연령은 70대 고령층이 대부분이었으며, 후계자를 둔 장인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지 지방자치단체는 농가와 협력해 공동 제조 센터를 설립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에게 견습직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이부리갓코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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