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주도했으니 무죄?"
2심 뒤집은 대법
"영업사원 개입 숨기면 사기"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 비의료인을 수술에 참여시킨 뒤 이를 숨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타낸 의사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비록 주된 수술은 의사가 직접 했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가 포함된 수술에 대해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것 자체가 건보공단을 속인 것이라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사기 및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모 병원 A원장의 상고심에서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원장은 2015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병원에서 인공 고관절 반치환 수술 등을 진행하면서 의료기기 판매업자인 B씨를 수술에 참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비의료인인 B씨는 수술 도구인 리트렉터로 환부를 잡아 벌리거나, A원장이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 기구를 잡아주는 등의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원장은 이 같은 대리 수술 참여 사실을 건보공단에 숨긴 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2019년 5월까지 23회에 걸쳐 합계 약 9500만원을 타낸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의사가 주된 수술을 하고 비의료인은 일부 진료보조행위만 한 경우에도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원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사기 혐의를 무죄로 뒤집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정하면서도 "B씨는 극히 일부의 진료보조행위만 했고 주된 의료행위는 피고인이 직접 시행했다"며 "이 사정만으로 건보공단에 대한 사기의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자가 이를 숨긴 채 마치 의료인이 적법하게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건보공단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런 사정을 알고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했다면 사기죄의 고의도 있다"고 판시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차 안에 둔 채 잊고 있었는데…"기뻐 쓰러질 뻔" 21억 복권 당첨된 남성
다만 대법원은 사기죄의 성립 범위를 '해당 수술 비용'으로 한정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수술 자체에만 가담했으므로, 수술 이외의 입원비, 약제비, 검사비 등과 관련한 요양급여 청구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사기 무죄 부분이 파기됨에 따라 이와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