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와 기업공개(IPO) 절차를 중단한다고 23일 전격 발표했다. 회사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을 고려했다며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미국 상장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불거졌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까지 겹쳤다. 이런 여건에서 자금조달 계획을 바꾼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 판단이다.
다만 중복상장 우려는 애초에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점에서 아쉽다.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 수준이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설명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금조달의 이익과 주주들이 감수할 부담을 따지는 것은 이사회의 기본 책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솔리다임의 투자 과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자체 자금으로 솔리다임 투자까지 충당하면 다른 사업에 쓸 재원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외부 자본 유치가 언제나 유리한 것도 아니다. 투자 시기와 규모, 조달 비용과 기대 수익을 따져 기업 전체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이체 실패했는데 '띵동' 돈이 들어왔다"…토스뱅크서 터진 325억 금융 사고
되새겨봐야 할 또 다른 지점도 있다. 주주가치를 현재의 지분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부 투자 유치로 기존 주주 몫이 줄더라도 이를 통해 기업이 더 큰 수익을 낸다면 주주에게도 이익이다. 반대로 지분을 지키려다 투자 기회를 놓친다면 그 손실 역시 주주가 감당한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의 투자와 자금조달 계획을 구체화하고 그 득실을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해외 계열사 중복상장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되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장 철회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업과 당국 모두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