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원료·가공에 원산지 판정 변수
수출 중소기업, 원산지 입증 부담 커져
원산지 따라 관세 최대 8배 차이
美, 우회수출·원산지 허위신고 단속 강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내년 1월까지 관세 휴전을 연장했지만 수출 현장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통상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관세에 더해 중국산 원료·부품을 사용한 제3국 생산품의 원산지와 환적 여부까지 들여다보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혼선과 입증 부담도 커지고 있다.


23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트라(KOTR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코트라 중소·중견기업 대상 수출 애로 상담은 총 1만6351건이었다. 이 가운데 관세·통관 관련 상담은 3085건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수출 애로 상담 5건 중 1건꼴이다.

[단독]관세 다음은 원산지…美 우회수출 단속에 K수출기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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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라스틱 수지 제조기업 S사는 지난해 3월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수지(PBAT)의 미국 수출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다만 중국산 원재료를 들여와 베트남에서 가공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 관세율은 원산지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당시 기준으로 중국산으로 인정되면 총 관세율은 51.5%였지만 베트남산으로 판정되면 6.5%가 적용될 수 있었다. 원산지 판단에 따라 관세 부담이 약 8배 차이 나는 셈이다.


중국산 원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일부 공정만 거치는 경우에도 원산지 판단은 모호해진다. 국내 식품 원료 제조기업 D사는 한국에서 생산한 액상 알룰로스를 중국에서 결정화한 뒤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코트라에 상담을 요청했다. 코트라는 중국 내 공정이 화학적 특성이나 품목분류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한국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안내했다. D사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사전판정을 거쳐 9월 최종적으로 한국산 판정을 받았다.

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대목은 미국의 비특혜 원산지 기준이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제품의 품명·특성·용도와 생산공정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원재료 조달처와 가공 단계, 국가별 관세율을 각각 따져 여러 수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 통상·관세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전문 컨설팅 없이는 스스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미중무역전쟁 이미지.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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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제3국을 거쳐 우회 수출되거나 원산지가 허위 신고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8월 이른바 '환적 사기 보고서'를 발표해 환적 위험국을 분류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심 화물 탐지와 적발 시 관세 추징·수입 제한 강화를 예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검증 강화가 미국 수출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10개국과 상호무역협정(ART)을 체결했다. 협정에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제3국의 비시장적 관행 대응, 원산지·관세 회피 단속 조항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협정문은 중국을 직접 적시하지 않았지만 '우려국가'와 '비시장경제' 등의 표현이나, 미국의 기존 대중국 조치를 고려하면 중국 견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이들 국가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중국산 원재료·부품 사용 비중과 생산공정, 공급망을 이전보다 꼼꼼히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상호무역협정 체결 국가로 수출할 때도 중국산 원재료·부품 사용과 중국 기업과의 거래·협력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원산지 심사와 관세회피 단속이 강화되면 수출기업의 공급망 추적·입증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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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경 코트라 해외진출상담지원센터 PM은 "미국의 비특혜 원산지 기준은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하도록 돼 있어 기업이 스스로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기업별 조달·생산 시나리오에 맞춰 사전 판정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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