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전국 1512개 주유소 분석
모든 정책구간서 가격 상승 완충 효과
"재정부담·공급 유인 약화도 고려해야"
국제유가·환율 따라 출구전략 마련 제언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보통휘발유 가격 상승폭이 고급휘발유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상대가격 하락폭이 ℓ당 45.75원이었지만 이후 최대 239.48원까지 확대됐다. 다만 제도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과 공급·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등을 고려해 국제유가와 환율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종료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안정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고급휘발유 대비 보통휘발유의 상대가격이 모든 정책 구간에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2023년 1월1일부터 올해 9월16일까지 주유소별 일별 가격자료를 활용해 같은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 가격 변화를 비교했다.
주 분석에는 올해 1월1일부터 9월16일까지 매일 두 유종을 판매한 전국 1512개 주유소의 2025년 이후 자료가 활용됐다. 고급휘발유는 국제유가와 환율 등 보통휘발유와 공통된 비용 요인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최고가격제의 직접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돼, 이를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공급가격 상한 조정 시점에 따라 나눈 세 구간에서 모두 보통휘발유의 상대가격이 낮아졌다. 최고가격제 1차 적용 기간인 3월13~26일에는 고급휘발유 대비 보통휘발유 상대가격이 ℓ당 45.75원 하락했다. 2~6차 적용 기간인 3월27일~6월26일에는 하락폭이 165.51원으로 확대됐고, 7차 이후인 6월27일~9월16일에는 239.48원까지 커졌다.
다만 이 수치는 최고가격제 시행 전과 비교해 보통휘발유의 실제 판매가격이 ℓ당 최대 239.48원 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급휘발유 가격 변화를 비교 기준으로 삼았을 때 보통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그만큼 낮아졌다는 뜻이다.
분석의 시작 시점과 주유소 표본을 달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분석 시작연도를 2023년 또는 2024년으로 변경해도 상대가격의 하락 방향이 유지됐다. 지역별로도 2~6차와 7차 이후에는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보통휘발유 상대가격이 낮아졌다.
산업연은 이 같은 결과가 최고가격제가 급격한 가격 상승을 완충하거나 비용 하락분이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을 앞당겼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급휘발유에 정책의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가 없고, 정책이 없었다면 두 유종의 평균 가격 변화가 같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필요해 결과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종별 원가와 수요, 재고 등의 차이도 추정치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제도의 가격 안정 효과와 별개로 장기화에 따른 비용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고가격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정부의 손실보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공급 확대와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가격 신호가 약해질 수 있어서다.
이홍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최고가격제를 급격한 유가 충격을 완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되 장기화에 따른 손실보전 부담과 공급·에너지 절약 유인의 약화, 수혜의 형평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제품가격과 환율, 최고가격 상한이 실제 공급가격을 제약하는 정도, 공급가격 변화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제도 조정 여부를 판단할 기준과 검토 시점을 사전에 공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시장 안정 조건이 충족되면 최고가격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제도 해제 이후 가격이 다시 오를 위험을 비교해 조정·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류세 조정이나 다른 지원책 축소가 같은 시기에 겹치지 않도록 정책 전환 시점을 조율할 필요도 있다고 산업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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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격제를 축소하는 과정에서는 취약가계와 필수 운송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부연구위원은 "판매량을 반영한 소비자의 실제 지출 절감액과 정부의 손실보전액·관리비용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해 제도의 순편익을 평가하고, 종료 이후에도 가격과 공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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