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공급 서두르면서
부동산 금융 옥죄 정책 엇박자

정부가 주택 공급을 서두르면서도 부동산 금융은 조이는 정책 엇박자가 건설 현장 자금난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금융 인센티브 확대를 주문했지만 공적 기금은 추가 지원 여력이 빠듯하고, 시중은행은 건설 관련 여신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첨단산업 등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를 앞세워 부동산 여신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금융권 돈줄이 막히자 개발 현장에서는 대출금을 쪼개 모으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박찬대 인천시장 등과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를 찾아 3기 신도시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박찬대 인천시장 등과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를 찾아 3기 신도시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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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 상업용 부동산 개발 사업장에선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자 시행 주체가 지역 단위농협과 상호금융권을 돌며 자금을 조달했다. 한 곳당 1억원이나 5억원씩 소액으로 쪼개 신디케이션(공동 대주단)을 꾸리다 보니 한 사업장에 참여한 대주단만 20곳에서 많게는 40곳에 달했다.

주택 정비사업장 역시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부족한 추가 이주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 단위농협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민간 주택 건설을 위한 브리지론(인허가 전 토지 매입 등을 위한 단기대출) 금리는 대형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도 과거 연 2% 후반~3% 초반에서 최근 6% 안팎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중소 건설사는 은행권 심사 대상에조차 오르지 못한다.


현장에서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려면 건설사에 자금을 대주는 공급자 금융뿐 아니라 주택을 사는 실수요자 금융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선분양 제도에서는 수요자 대출 여력이 공급자 사업비 조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짓는 데 금융이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지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선분양 제도에서는 수요자가 빌릴 수 있는 자금의 폭을 넓혀주는 지원과 시행·시공사의 금융 비용을 낮춰주는 지원이 함께 맞물려야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지급보증에도 이주비 금리 두배 급등…주택공급 가로막는 금융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가 공적 금융 지원을 추가로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이미 5·26 대책과 8·13 대책에 주택도시기금의 건설자금 융자 지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공적 보증 확대 등 가용 수단을 반영했다.


전 정부 2년간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수요자 대출이 연 50조원 이상 집행되며 바닥났던 기금 여유자금은 지난해 6·27 대책에 따른 대출 요건 강화와 시중은행 이차보전 확대를 거쳐 최근 정상 운용 기준선인 14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는 여유자금이 14조원 정도는 유지돼야 기금 운용에 차질이 없다고 보고 있어 기금 재원을 추가로 동원하는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일선 건설사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공급 금융 경색으로 이어졌다고 토로한다. 건설사에 사업비를 빌려줘도 준공 후 수분양자가 잔금대출 등을 받아 분양 대금을 치러야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잔금대출, 전세자금대출을 죄면서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이 줄어 분양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 분양가 인상, 지역 수요 위축까지 겹치자 은행권도 사업성을 더욱 보수적으로 평가하며 PF 대출을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니 실수요자 자금 조달이 막히고, 미분양 우려로 사업성이 떨어지니 은행도 시공사나 시행사에 선뜻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며 "사업성이 검증된 소수 사업장으로만 금융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지방 건설사 대표는 "현금 부자가 아니면 아파트를 살 수도, 세를 들어올 수도 없다"며 "서울에 아파트 1곳 짓는 수익이 지방 10곳 짓는 것과 맞먹다 보니 금융권이 지방 사업장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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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이 막히면서 건설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도 바닥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투자는 265조원으로 전년 대비 9.7% 줄었고 올해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해 9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건설업 한계기업은 2021년 62곳에서 지난해 173곳으로 2.8배 늘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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