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결, '앞선 호미질의 결실' 평가
7·8월 연속 인상으로 정책 여력 확보 강조
성장·물가 긴축 압력, 8월 회의 때보다 강해져
'상당폭' 상향, 2년 연속 3%대 성장 전망 예고
물가 견제 긴축, 상당 기간 지속 가능성
환율, 국가경제 신뢰 상징…'원화 여전히 저평가'
동결은 예상됐다. 시장이 바라본 건 기준금리 결정 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입이었다. 시선은 신 총재의 발언이 얼마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일지와 함께 추가 인상의 시기와 기간, 폭을 가늠할 힌트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신 총재는 11월 인상으로 쏠렸던 시장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 줬다. 긴축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시사했다.
2년 연속 3%대 고성장 시사…소수의견 통한 다음 금리 가늠 '경계'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신 총재는 이번 동결을 '앞선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7·8월 연속 인상으로 시간을 벌어 그만큼 정책 여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 상황에 쫓기지 않고 국내 경제 여건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 역시 명확히 했다. 성장과 물가의 긴축 압력은 직전 8월 회의 때보다 강하다고 봤다. 특히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 내년 물가 전망의 상향 조정을 예고한 대목에서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신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각각 3.3%·2.9%)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은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 중후반 수준으로, 내년 성장률을 3% 이상으로 올려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는 3%를 넘어서는 고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라며 "통화당국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가 금리 인상의 신호가 나온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내년 근원물가 역시 직전 전망(2.5%) 대비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달 전원일치 동결로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줄었다는 해석 역시 경계했다. 이 역시 11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통상 금리를 올리기 전 인상 소수의견을 내 향후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는 데 대해 신 총재는 "7·8월 연속 인상도 관행에서 벗어난 측면이 있었다. (소수의견 역시) 이제 그렇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성장과 물가 측면에서의 긴축 압력이 보다 강해졌다는)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일축했다.
"안정적 수렴 확신 들 때까지" 물가 견제 긴축, 상당 기간 지속 가능성
신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 견제 목적의 통화긴축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여러 차례 "물가 오름세가 한은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 (인상 사이클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한 신 총재는 이날 "성장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펴는 시계 안에서 물가 목표(2.0%)를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물가는 내후년 목표 수준에 가까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긴축 기조 유지의 전제가 물가가 목표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수렴한단 확신이 들 때까지지만, 신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상당 기간 긴축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2% 초반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안 떨어지다 보니 더 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스탠스를 가져갈 것으로 본다"며 "지금 우리나라 정책금리 수준이 낮은 편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미국도 물가 타깃 2%에 3%대 성장률이 나오는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데 금리 상단(4.00%)이 높다는 걸 고려하면 우리는 더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여전히 저평가"…원화 절상, 수입물가 제어로 저소득층 구매력 키운다
신 총재는 원화 가치 상승이 금융안정에 도움 될 뿐만 아니라 수입물가 제어를 통한 가계 부문 구매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소득층 구매력을 높이는 데 더 큰 도움이 되면서 양극화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수입 물가 하락은 저소득층의 구매력 향상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며 "환율이 10% 강세로 가면 가장 취약한 가계, 1분위 가계의 구매력은 0.4% 이상 상승한다. 원화 강세는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환율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로 보나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나 지금 원화가 예년보다 아직도 약세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원화는 국제결제은행(BIS) 실효환율 기준(8월 말 89)으로 봤을 때 여전히 장기 평균(101)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꼭 예년 평균까지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하나의 기준치로 생각할 때 여전히 (원화는) 약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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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재는 환율이 단순히 교역을 중개하는 가격변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 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통화가치의 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으로서 환율은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며 "한은이 환율에 대해 시장의 중심을 잡는 역할, 시장 신뢰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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