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사 10명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고려아연 "거액 소송으로 경영 판단 위축"
영풍·MBK "차입 부담·주주가치 훼손 간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영풍이 이사진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1심 법원이 이사진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인정받았다며 소송 중단을 요구했고, 영풍·MBK파트너스는 회사의 재무 부담과 주주 피해를 간과한 판결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약 837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영풍이 부담하도록 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된다.
이번 소송은 2024년 경영권 분쟁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가 쟁점이었다. 영풍은 공개매수 가격이 높아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같은 해 11월 6732억원을 청구했다가 이후 청구액을 약 8370억원으로 늘렸다.
법원은 이사회가 외부 법률자문과 법원 가처분 결정 등을 검토하고,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봤다. 해당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만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사주 취득 재원과 관련한 상법·정관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사회의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법원이 존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본안소송에서도 이사진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사 개인을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응에 드는 시간과 비용, 경제적·심리적 부담으로 이사들이 회사의 중장기 전략에 필요한 판단을 미루거나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영권 분쟁과 법적 공방에 역량을 소모하기보다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와 미국 제련소 건설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와 영풍은 '적대적 M&A'를 위해 당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을 방해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묻지마 식' 소송 남발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MBK는 이번 판결이 자사주 공개매수의 재무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사의 광범위한 경영 재량권과 외형적인 절차 이행만을 앞세운 나머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재무 건전성과 주주가치에 미친 실질적 해악을 간과했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2조원 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기 위해 1조6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조달했다며, 최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회사에 재무 부담을 지웠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회사에 83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재차 내놨다.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추진됐다 철회된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은 2024년 10월30일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11월13일 철회했다. 영풍·MBK는 이를 자사주 매입에 따른 차입금 상환 부담을 일반 주주에게 넘기려 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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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는 "이사의 경영 판단 재량권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행사될 때에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상급심에서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이사진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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