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살인보다 비난 가능성 커"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된 A씨가 형법 250조 2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형법 250조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일반 살인죄를 규정한 같은 조 1항의 법정형 하한은 5년 이상의 징역이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이었다. 1995년 개정 때 '7년 이상의 징역'이 추가됐다. 헌재는 이 가운데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했다.
A씨는 뇌출혈 증세로 입원치료를 받던 아버지가 치료비 부담 등으로 2021년 4월23일께 퇴원하자, 다음 날부터 처방약을 전혀 주지 않았다. 하루 3개가 필요한 치료식은 7일 동안 10개만 줬다. 같은 해 5월1일부터 8일까지는 치료식과 물, 처방약을 모두 끊고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해 숨졌다. 퇴원 당시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1심은 2021년 8월13일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도 같은 해 11월10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상고심 진행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3월31일 신청과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같은 해 5월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이 조항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패륜성이 없어 비난가능성이 낮은 존속살해까지 무겁게 처벌하게 되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직계존속 외의 사람을 살해한 경우와 차별해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조항이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사이의 인륜관계를 보호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며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살인행위보다 위법성 및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법정형 하한이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일반 살인죄의 5년 이상과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들었다.
집행유예가 제한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상참작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법정형을 정한 것이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책임을 줄일 만한 사정이 있으면 심신미약 등 법률상 감경사유를 적용하거나 정상참작감경으로 형을 정할 수 있다는 이유다. 직계비속이나 배우자를 살해한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도 자의적 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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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은혁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마 재판관은 이 조항이 "패륜성이 있는 자와 패륜성이 없는 자를 동일시하여 그 법정형의 하한을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한다"며 "책임의 정도가 작은 경우에도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징역 3년6개월 이상의 무거운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고 집행유예를 선고할 여지도 없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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