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반도체發 성과급·배당급 → 고소득층 중심 소비 확대
정부 이전지출·환율 하락 → 중·저소득층 구매력 개선
"내년부터 민간소비 확대…주가하락은 변수"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이 파급되며 내년부터는 민간소비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과 배당금은 주로 고소득층의 소비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법인세 확대를 재원으로 늘어난 정부의 이전지출은 주로 중·저소득층의 소비여력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최대 0.4%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세 역시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가장 크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10월 경제상황 평가 이슈분석: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3분기 들어 소비의 회복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 특히 소비회복의 품목 간 확산을 나타내는 소비확산지수는 60 수준으로, 코로나 팬데믹 전후 80을 상회하던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은은 "소비 회복의 확산 측면에서 보면, 회복의 범위가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민간소비 회복의 강도와 지속성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이 가계 부문으로 얼마나 폭넓게 파급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에 ▲반도체 등 주요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및 배당 지급 ▲정부의 가계 이전지출 확대 ▲환율 하락에 따른 가계 실질구매력 개선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소비 회복의 확산 가능성을 살펴보고, 향후 회복 여건을 점검했다.
한은 점검 결과, 성과급은 내년 초부터 특별 성과급을 지급받는 가계의 소비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조선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올 연말부터 약 60조~70조원 규모의 대규모 특별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한은 추정에 따르면 일시소득이 100만원 늘어날 경우 소비는 약 11만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성과급 지급은 내년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을 대략 0.1~0.15%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곽법준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장은 "이번 성과급 규모는 이례적으로 굉장히 크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로 단순 추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당장 소비되지 않지만 소비 여력을 높였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소비로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특히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내구재(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화)와 여가 서비스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혜 가구가 한정돼 있어 영향의 확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배당도 올해 4분기 이후 가계소비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당의 소비 효과는 주식을 보유한 고소득층의 재량적 지출을 중심으로 나타나겠으나, 최근 주식보유 저변이 넓어지면서 파급 범위가 과거보다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짚었다. 이를 종합해 가계의 배당소득 확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대략 0.05%포인트 정도 높일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법인세 수입 증가는 정부의 가계 이전지출(대가 없이 지출한 현금 및 재화·서비스를 의미) 확대로 이어져 중·저소득층의 소비여력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2024년 1조3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조2000억원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 대비 9% 증가한 821조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내년 예산에는 연금·퇴직수급자, 아동·출산·양육가구 등 가계에 직접 귀착되는 이전지출이 20조원 내외 증액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지출 증가의 상당부분이 한계소비성향(추가로 얻은 소득 중 소비로 지출되는 비율)이 높은 중·저소득층 지원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소비여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같은 경로를 통해 가계 이전지출 증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대략 0.2~0.25%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정했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가계 전반의 실질구매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약 0.35%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 최종재를 통한 직접효과가 0.15%포인트, 수입 중간재를 통한 간접효과가 0.2%포인트로 추산됐다.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이 높아 구매력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소득분위별 영향을 보면, 실제 처분가능소득 대비 구매력 개선폭은 소득 1분위가 0.46%로 5분위(0.2%)의 두 배를 웃돌았다. 환율이 10% 하락하면 소득 1분위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0.46% 개선된다는 의미다.
이를 종합해 한은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민간 소비의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복의 확산 측면에서도 성과급과 배당은 주로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높이겠지만, 가계 이전지출 확대와 환율 하락은 중·저소득층의 구매력을 크게 높여 가계 전반의 소비여력을 개선시킬 것으로 봤다.
다만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에서 증가하고 있는 점 ▲주택건설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 민간 소비의 회복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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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와 함께 증시조정에 따른 '역(逆) 자산효과'도 소비 회복 강도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6월 중순 이후 주가가 큰 폭 조정되면서 3분기 가계 주식 평가이익은 마이너스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백화점 소매판매와 여가 서비스 등 주가 변동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신동주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향후 추가적인 증시 조정이 발생하거나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가 약화할 경우, 손실 가구의 심리 개선이 지연될 경우에도 소비 제약이 일정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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