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미국, 집에 손님 초대하는 비율 50년 새 42%→12%
영국도 10명 중 4명 이상 "손님 초대 피한다"
청소·요리 비용 부담에 SNS 속 '완벽한 집'도 압박

편집자주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지인을 집으로 초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평소보다 집 안을 꼼꼼히 청소해야 하는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완벽하게 꾸며진 집'을 보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밥보다 외식이 오히려 간편한 대안으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집 엉망이네" 친구 오기 전날 밤샘 청소?…집들이 사라지는 이유[세계는Z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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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영국도 "손님 초대 안 해"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예전에는 이웃집에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일이 아주 흔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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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친구나 가족을 정기적으로 집에 초대하는 사람의 비율은 1975년 42%에서 2026년 12%로 감소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 이상이 집을 치워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손님 초대를 피한다고 답했다.


영국 글래스고에 거주하는 사이먼(37)도 손님을 초대할 때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최자로서 손님을 챙기는 데 많은 시간을 쓰다 보니 정작 친구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손님들이 다음에 무엇을 필요로 할지 계속 신경 쓰거나, 냉장고를 오가느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끼리는 더 친밀해지는 것 같고, 정작 주최자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SNS 속 '멋진 집' 기대감…집들이 부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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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청소와 요리 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꼽힌다. 특히 여러 사람을 초대할 경우 식자재 준비에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외식이 더 경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식당 예약 플랫폼 더포크(TheFork)가 발표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6명을 위한 3코스 저녁 식사를 집에서 준비하는 데 82파운드(약 15만원) 이상이 들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셰프 테레즈 럼 또한 "좁은 아파트와 바쁜 일상, 여러 사람을 대접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더해지면 외식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며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마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SNS가 높여 놓은 기대치도 집주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집을 정리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식탁 장식부터 향초, 칵테일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치료사 카말린 카우르는 "SNS에서는 누구나 멋진 저택 같은 집에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집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기 집이 그런 기준에 못 미칠까 봐 걱정할 수도 있다"며 "집은 나만의 아늑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사적인 공간을 침해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집들이 줄면 우정의 깊이에도 영향"…전문가 지적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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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가 자취를 감추는 이유로 '도시화'를 꼽는 전문가도 있었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살게 돼 만남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던바는 "작은 마을이나 도시에서는 가벼운 모임을 위해 서로의 집을 방문하기 쉽다"며 "'30분 규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누군가가 3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살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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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집에서의 만남이 줄어들면 우정의 깊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우르는 "집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는 취약함이 따른다"며 "집에서 모임을 갖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덜 드러내게 돼 우정의 깊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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