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AI 공동 집필 문학상 신설
AI 활용에 엇갈린 문학계 시선 갈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설을 집필했다는 의혹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 후보에서 제외된 작가가 출판사와도 결별한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AI와 함께 쓴 작품에 상을 주는 문학상이 등장했다. AI 활용을 둘러싼 창작의 진정성과 윤리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AI를 새로운 문학적 도구로 인정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아이티 출신 캐나다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38)은 장편소설 데뷔작 '그것 아니면 죽음이었다'(C'tait a ou mourir)로 지난 9월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1차 후보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아이티 출신 캐나다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38)은 장편소설 데뷔작 '그것 아니면 죽음이었다'(C'tait a ou mourir)로 지난 9월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1차 후보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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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AI와 공동 집필한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파스칼상'(Prix Pascal)이 신설됐다. 주최 측은 인간과 AI가 협업해 창작한 작품을 평가하는 새로운 문학상이라고 소개했다.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프랑스어로 작품을 작성하면 국적과 거주지에 관계없이 응모할 수 있다.


이번 문학상은 최근 프랑스 문학계를 뒤흔든 이른바 '텔리송 오렐리앵 사건'과 맞물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아이티 출신 캐나다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38)은 장편소설 데뷔작 '그것 아니면 죽음이었다'로 지난 9월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1차 후보에 올랐다.

AI 집필 흔적에 출판사 결별까지

해당 작품은 이민과 정체성 문제를 다룬 소설로, 공쿠르상을 비롯해 페미나상, 르노도상, 메디시스상 등 프랑스 주요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세계 20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AI 텍스트 탐지 프로그램 '팬그램'을 활용해 작품을 분석한 결과, AI가 생성한 텍스트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향후 AI의 도움을 받은 작품을 어디까지 인간의 창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나아가 AI와 공동 집필한 작품이 기존 문학과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둘러싼 논의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픽사베이

향후 AI의 도움을 받은 작품을 어디까지 인간의 창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나아가 AI와 공동 집필한 작품이 기존 문학과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둘러싼 논의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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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렐리앵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2017년 말 집필을 시작해 챗GPT가 등장하기 전인 2019년에 이미 300쪽이 넘는 초고를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반복적인 문체 역시 아이티와 카리브해 문학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쿠르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9월 25일 해당 작품을 후보 명단에서 제외했다. 위원회는 인간이 쓴 문학을 장려한다는 문학상의 취지를 강조하며 AI 활용 의혹과 작가의 과거 표절 문제 등을 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캐나다 출판사 보레알은 지난 21일 오렐리앵의 소설 집필 과정에서 AI가 사용됐다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며 작가와의 업무 관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소설의 작업본을 수집해 외부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으며, 일부 문서의 메타데이터에서 AI 관련 흔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보레알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작가의 해명을 지지했지만, 추가 조사 결과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입장을 바꿨다. 출판사는 해당 소설의 재인쇄를 중단하고 앞으로 오렐리앵의 다른 작품도 출판하지 않기로 했다.

소설 원고부터 AI 사용 모델까지 제출…수상작 출판도 추진

사람이 쓴 소설만 인정한다던 문학계…AI 소설에 상 주는 시대 왔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처럼 AI 활용 여부가 작가의 문학상 후보 자격과 출판 계약까지 좌우하는 상황에서 파스칼상은 정반대의 접근 방식을 택했다. 파스칼상은 AI 활용을 금지하거나 감추도록 하는 대신, 오히려 AI와의 공동 집필을 응모 조건으로 내걸었다. 응모자는 완성된 소설 원고와 함께 AI에 입력한 지시문인 프롬프트, 사용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종류, 작품 생성 과정 등을 설명하는 기술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AI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으며 인간의 창의성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심사에서는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와 창의성, 새로운 AI 활용 방식 등이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기존 문학에서 보기 어려웠던 형식과 표현을 구현했는지, AI와 인간의 협업이 기존 창작 방식과 어떤 차별성을 만들어냈는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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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공식 선언문을 통해 인간이 혼자서는 쓰기 어려웠던 작품을 AI와 함께 창작하고, 생태·사회·윤리적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는 문학을 발굴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문학상 이름은 기계식 계산기를 발명하고 저서 '팡세'를 남긴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에서 따왔다. 파스칼상 측은 11월 2일을 공식 홈페이지에 응모 개시일로 안내하고 있으며, 11월 30일까지 접수한 작품 가운데 최종 후보작 10편을 선정할 계획이다. 수상작은 12월 초 발표되며 출판도 추진할 예정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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