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족·청년·아이돌봄 개선 강조
정기국회선 '해바라기센터' 개선 의지
"성평등가족법·미프진 도입 숙의해야"
최근 제주 도심 한복판에서 한 여성이 전 연인에게 흉기로 살해당했다. 이 여성은 범행 발생 전 스토킹과 영상 유포 협박, 교제 폭력 등으로 네 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한 달 전부터 흉기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사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재 국회 성평등가족위원장은 22대 국회 때 이러한 교제 폭력 문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교제 폭력은 당사자를 넘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며 "그런데 현행 법체계는 교제 폭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며 "교제 폭력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배제와 접근 금지 등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상임위 특성상 정쟁화하기 쉬운 입법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힘쓸 방침이다. 여당 주도의 성평등가족법 추진과 임신 중지 의약품인 미프진 도입은 국회 안팎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여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다면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며 "민생 법안은 신속하게, 쟁점 법안은 충분한 숙의를 거쳐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2대 국회 후반기 성평등가족위원장을 맡았다. 각오와 추진하려는 입법은.
▲성평등가족위원회는 여성과 가족, 아동·청소년 등 국가 보호가 가장 절실한 분들의 삶을 다루는 위원회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교제 폭력 피해자가 국가에 보낸 첫 번째 구조 신호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주변인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체계를 마련하겠다. 또 한부모 가족과 어려운 가정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관심의 손길이 필요하다.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지는 청소년이 없도록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국가가 제도로 뒷받침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해 정기 국회 목표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지원 최일선에 있는 '해바라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 현재 해바라기센터는 병원과의 협약을 통해 공간을 무상으로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병원 측의 사정에 따라 센터를 이전해야 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공간 임차료에 대한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당에서 추진하려는 핵심 입법은 무엇인가.
▲국민의힘은 청년들의 결혼 부담을 줄이고 범죄 피해자와 위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민생법안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먼저 '결혼서비스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다.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 신고제를 도입하고, 보험·공제 가입 등을 의무화해 이른바 깜깜이 가격과 불공정 계약으로부터 청년들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또한 가정 밖 청소년 보호와 자립 지원을 확대하는 '청소년복지 지원법'과 아이돌봄사 처우를 개선하는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여당과 이견이 있는 현안과 해결 방법은.
▲가장 큰 이견이 예상되는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변경하는 문제와 미프진 도입 문제다. 정부·여당은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 개념을 법체계에 반영하는 문제인 만큼 교육계와 종교계 등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살펴야 한다. 미프진 역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임신 중지 허용 범위, 약물의 안전성과 법적 근거 등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다. 여야가 토론하고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성평등가족부 조직이 확대 개편됐지만 연이은 장관 후보 낙마로 조직 동력이나 입법 추진 의지가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김현지표'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부터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성평등가족부를 대하는 정부 인식이다. 전문성과 도덕성보다 정치적 관계를 우선하고, 여성 정치인 한 명을 장관으로 내리꽂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조직 이름과 규모를 바꾸기 전에 여성과 청소년, 가족 정책에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부터 내놔야 한다.
-일각에선 성평등가족부 폐지 주장이 나온다.
▲성평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나 학교 밖 청소년, 사회 약자 등을 다루는 특화된 일을 한다. 부처를 없앨 이유는 없다. 다만 양성평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저출생·축소사회 대응 포럼' 대표 의원이기도 하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육아휴직 확대, 돌봄 공복 해소를 위해 처리해야 할 입법 과제는.
▲저출생 문제는 아이를 낳으라 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육아휴직 제도는 확대됐지만 정작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체 인력 부족과 직장 내 부담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제도만 늘릴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돌봄 공백도 심각하다. 아이돌봄사 처우를 개선하고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대체 인력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출생률이 상승 추세다. 이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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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저출생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인구 자연 감소와 지방 소멸 등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혼인과 출산의 양극화다. 청년들에게 결혼은 이제 가치관보다 비용의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장벽부터 걷어내겠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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