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최근 곤욕을 치렀다. 추미애 지사와 소방 재정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던 추 지사는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 차이로 소방공무원의 처우가 달라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추진했다. 소방용 안전 장갑조차 개인 비용으로 마련해야 했던 현실을 바꾸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6년. 당대표에서 경기도지사로 옷을 갈아입은 추 지사는 자신이 추진했던 소방 국가직화와 다시 마주했다. 이번에는 제도를 추진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소방 재정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다. 지난 10월13일 국정감사장에서 불거진 '재정 빨대' 발언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맞물린 지점에서 나왔다.
추 지사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의 질의에 경기도의 소방 재정 부담을 언급하며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경기도의) 재정 빨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비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경기도가 소방 재정에 1조10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현실을 지적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을 재정 부담의 대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추 지사는 지난 17일 부천시 오정구 대형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장례식장에서 사과했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사과한 뒤 20일에는 도지사 집무실에서 소방 노조 관계자들과 만나 직접 사과를 표하기도 했다.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은 소방 재정 분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2026년 기준 전체 소방 재원 8조5967억원 가운데 국비 지원은 10.7%에 불과하다. 지방직이던 2015년의 11%보다 오히려 낮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재정 지원은 10년 전보다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경기도의 사정은 더 어렵다.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 기준 소방공무원 인건비 1조1973억원 가운데 국가 지원은 921억원으로 7.7%에 그친다.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도 올해보다 27.6%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경기도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추 지사는 차제에 재원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담배 관련 세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소방안전교부세는 정부의 금연 정책으로 흡연이 줄면 재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일몰이 예정된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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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추 지사가 추진했던 소방 국가직화의 취지는 명확했다. 지역의 재정 형편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소방공무원의 처우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신분의 국가직 전환을 넘어 재정 책임도 국가가 져야 한다.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인의 말실수에 그치지 않고, 국가직화의 취지에 걸맞은 국비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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