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바이오 속도전과 대비되는 韓 현실
인내자본 부족 탓 연구개발 체력 문제
"우리를 뒤쫓는 줄 알았는데 옆에 서 있는가 싶더니 어느새 앞질러버린 거죠."
중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관련한 질문에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본지가 지난 19일부터 나흘에 걸쳐 기획 보도한 'C쇼크, 벼랑 끝 K산업' 바이오편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하나의 기업이 여러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동시에 개발하고 불과 2~3년 만에 복수의 기술수출 계약을 따내는 기세는 놀랍다.
우리가 중국의 속도전을 무조건 따라가야만 하는 건 아니고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치로 해내고 있느냐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과 대비돼 특히 안타까운 대목은 후기개발의 체력이다. 임상을 충분히 진행해 후보물질의 가치를 넉넉히 입증할수록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거래를 맺고 다음 후보물질 개발의 동력을 확보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자금 사정에 떠밀려 전임상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기술을 이전하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국내 후보물질의 약 75%가 발굴·비임상 단계에 집중돼 있고 임상 3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은 5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런 난맥상의 일단이다.
여기엔 투자자가 돈을 회수해야 하는 시점과 후보물질의 가치가 충분히 검증되는 시점의 불일치 문제가 자리한다. 신약 개발에는 수년에서 십수 년의 긴 시간이 필요한데 벤처캐피털(VC) 같은 투자펀드는 중간에 만기의 압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수합병(M&A)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인수 이후 막대한 개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담 탓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드물어서다.
이렇다 보니 투자금 회수 경로가 다변화되지 못하고 기업공개(IPO)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바이오벤처처럼 인내자본이 절실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시장에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장유지를 위한 매출 등 실적 조건을 충족하려 본업과 동떨어진 '가욋일'로 내몰리는 일각의 사례는 이런 현실의 그늘이다. 따라서 관건은 기존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신약 개발에 필요한 후속 투자는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자면 회수와 신규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연결 짓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기존 투자자의 구주 매각과 대형 제약기업의 신주 투자 및 공동개발 계약을 연계하되, 후속 개발 성과에 따라 투자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은 지분 일부를 취득해 부담을 줄이고 추가 지분이나 기술 권리를 확보할 선택권을 갖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이 지난 7월 바이오기업 세일 바이오메디슨스와 공동개발 계약을 맺으면서 지분 투자와 향후 기업 인수 선택권을 결합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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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안이 존재하는 것과 기업들이 실제로 투자에 적극 나서는 건 물론 다른 문제다. 아직은 제한적인 시장의 규모와 자본력 때문이다. 전략적 지분 투자와 공동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 정책금융을 통한 위험 분담 등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의 섬세한 뒷받침이 그래서 요구된다. 바이오산업이 국가적 안보자산으로 간주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 바이오산업은 전체 후보물질의 78%를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보유한 아슬아슬한 구조다. 신약 개발의 시간표가 투자금 회수의 시간표에 끌려다녀선 이런 현실에 대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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