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신고·등급제'에서 '등급제'로
국가 에너지 DB로 대상 건물 전체 등급화
기존 정책 애로사항을 정책 확장수단으로
용도별 평가기준 세분화·등급 차별성 강화

서울시가 건물 소유자 및 관리자의 자발적 신고로 운영했던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를 '등급제'로 전환한다. 시는 에너지 등급에 따라 건물에너지효율화 융자지원사업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체 건물을 등급화한 뒤 개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 참여 건물은 9월 기준 7604개동 수준이다. 시는 2024년 전국 최초로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를 도입해 2024년 4281개동, 2025년 6392개동의 참여를 끌어냈다.

온실가스 배출 70%가 건물에서… 서울시 "체계적인 건물 에너지 관리 필요"


서울시가 도입한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는 건물주 등이 전년도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사용량을 신고하면 시가 건물의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에너지 성능을 평가해 A~E등급을 메기는 방식이다. 연면적 1000㎡ 이상(민간 3000㎡ 이상) 비주거용 건물 1만5117개동이 대상으로, 시는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고 효율안을 구축하는 데 활용 중이다.


서울시는 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68.1%가 건물부문에서 배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3000㎡이상 비주거 건물이 서울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1.8%를 차지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의 효과는 증명됐다. 2025년 6055개동의 에너지 효율 수준을 확인했고 일부 건물에 대해서는 진단을 지원했다. 시 소유 건물 538개소를 대상으로는 탄소배출권 모의 거래를 진행했고 이들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컨설팅하기도 했다.


올해 전체 평가 건물의 등급별 비율은 A등급 4.3%, B등급 47.5%, C 등급 39.0%, D등급 7.2%, E등급 2.0%로 나타났다. A·B 등급 비율은 51.8%로, 평가 건물의 절반 이상이 관리목표를 충족하거나 그보다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A·B등급 건물 중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관리 성과가 우수한 건물을 '서울형 저탄소 우수건물'로 선정해 오는 12월 시상할 예정이다. D·E등급 건물에는 에너지 사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저리 융자 상담을 연계한다.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위한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건물 에너지 '등급제' 전환 개념. 서울시

서울시의 건물 에너지 '등급제' 전환 개념.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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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등급제 한계… 에너지 관리 효율도 떨어져 '발상의 전환'


다만 참여 건물의 증가분이 줄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혔다. 2024년 대비 2025년은 2111개동, 2026년 9월 기준 전년대비 증가분은 1212개동에 그친다. 이같은 추세라면 대상 건물 1만5000여동 전체가 참여하기까지는 7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시는 등급 분포가 B·C등급에 약 85% 이상이 몰려있어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판단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한 의무화 법안 등 지원 체계도 부족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개정안은 2024년부터 국회에서 계류 중이고 총량제 본격 시행을 위한 세부 규정은 국토교통부 검토가 진행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자발적 신고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국가 에너지 DB를 활용해 미신고 건물까지 전수 등급화하고 개별 건물의 확인·정정을 거치는 체제로 전환한다. 한전과 지역난방공사 등 국가DB가 존재함에도 자발적 신고를 받도록 제도가 설계된 이유는 집합건물의 경우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자료 활용의 한계점으로 인식돼서다. 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가DB를 활용한 후 에너지 사용량이 부정확한 건물을 대상으로 오류를 수정한다는 구상이다.


11월에는 그동안 신고하지 않은 공공건물을 등급화한다. 미신고 공공건물은 국가 에너지 DB로 예비등급을 산정해 결과를 통보한 뒤 건물 측의 확인·보완을 진행한다. 2027년부터는 전체 대상 건물로 확대한다. 시 측은 신고 의무화 법 개정과는 별개로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건물까지 모두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물 용도와 운영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기존 26개 용도 기준을 56개 이상 용도로 구체화한다. 예컨대 '교육연구시설'은 일반교육시설, 연구시설, 도서관,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로 세분화하고 '의료시설'은 종합병원, 일반병원, 요양병원 등으로 나눈다. 또한 상대적으로 많은 건물이 분포한 B·C등급 구간은 건물 간 성능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해당 구간을 세분화하고 등급별 차별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 분포도. 서울시

서울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 분포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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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늘리고 법령·제도 손질… 정부와도 협력 강화


참여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에너지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 건물이 건물에너지효율화 융자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융자 이자를 감면하는 방안과 상위 1% 우수 등급 건물에 현판을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서울시는 관계 법령과 제도 정비를 위해 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는 서울시의 제도 시행 사례를 반영해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총량제 의무 시행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 역시 건물 에너지·온실가스 관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강화와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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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이번 등급제 전환은 기존 정책의 장애요인을 확대 수단으로 삼는 행정사례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DB를 고도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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