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청색 인광 유기발광다이오드(청색 인광 OLED)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효율·장수명 디스플레이를 개발에 필요한 시간·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전기 및 전자공학부 유승협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 권장혁 교수 연구팀, 국립한밭대 이재현 교수 연구팀, ㈜ASTA 연구팀과 공동으로 자기장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밝기를 분석해 청색 인광 OLED의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OLED는 전류가 흐를 때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다. 빨강·초록·파랑 빛을 조합해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TV 화면에 주로 사용된다.
청색 인광 OLED는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파란빛을 내는 소자다. 높은 효율과 긴 수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OLED의 수명을 확인하기 위해 기존에는 수십~수백 시간 화면을 켜두고, 밝기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지켜봐야 했다. 이런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험 과정에서 소자 성능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자기장이 OLED의 밝기를 미세하게 바꾸는 현상에 주목했다. OLED 내부에서는 전기를 띤 입자가 만나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빛을 만드는데, 자기장이 이런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에 착안해 공동연구팀은 OLED에 일정한 전류를 흘려 빛을 내게 한 후 전자석을 이용해 자기장의 세기를 바꾸면서 밝기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 결과 실험에서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은 OLED의 밝기가 세졌고, 변화 속 여러 반응 중 수명 저하와 밀접한 부분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평가 수치가 만들어졌다.
이를 내부 구조가 다른 4종류의 청색 인광 OLED에 적용했을 땐, 처음부터 밝기의 자기장 반응이 작게 나타난 소자가 실제 장시간 구동 시험에서도 장시간 초기 휘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장에 반응한 밝기가 OLED 수명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자기장으로 OLED의 수명을 늘린 것이 아니라 자기장에 반응하는 정도를 분석해 장시간 성능을 유지할 OLED를 미리 구별했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눈으로 보기 어려운 작은 밝기 변화를 측정·분석해 소자가 얼마나 오래 작동할지를 판단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공동연구팀은 자기장 반응에 따라 빛의 밝기가 달라지는 원인도 분석했다. OLED를 장기간 사용하면 내부 유기 분자의 결합이 끊어지면서 빛을 내는 과정을 방해하는 결함이 생길 수 있다. 분자 시뮬레이션과 분석을 통해 이런 결함이 발광 과정에 영향을 주고, 자기장에 따른 밝기 반응에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기장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밝기를 분석해 청색 인광 OLED의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은 디스플레이 기업과 연구소가 새로운 OLED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같은 발광 물질로 내부 구조가 다른 여러 시제품을 만들었을 때, 초기 측정으로 오래갈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골라 후속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시제품을 오랫동안 켜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부담을 줄여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공동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만 연구에서 확인된 관계를 다양한 OLED에 적용하기 위해선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소재나 내부 구조가 달라졌을 때 자기장에 주로 반응하는 요인이 달라질 수 있어 적용 대상에 맞는 분석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OLED의 안정성 평가를 장시간 구동 후의 밝기 변화뿐 아니라 초기 상태의 물리적 응답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공동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발광 재료와 OLED 구조로 검증 범위를 넓히고, 밝기와 온도 등 구동 조건에 따라 자기장 발광 응답과 수명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가 축적되면 수명 평가 지표의 물리적 근거를 강화하고, 재료와 구조에 따른 적용 기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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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지정민 박사가 제1 저자, 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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