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약' 한 번에 5만원인데…과외 끊긴 대학생들 생계 막막
학령인구 감소·AI 쏠림에 대학생 과외시장 찬바람
외식 물가 급등에 부담…1000원 조식 이용 늘어
강아지 산책 알바도 줄 섰다…경쟁률 "100대 1"
고려대학교 25학번 설민지씨(19)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요즘은 생활비 걱정이 앞선다. 용돈을 벌기 위해 과외 중개 플랫폼에 학생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지만 연락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설씨는 "학기가 시작되면서 동기들과 밥 약속을 한번 잡으면 외식비가 2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자취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못 하면 당장 하루 끼니 때우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의 대표 고수익 알바로 통했던 과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습 확대와 사교육 시장의 대형 학원 쏠림 현상이 맞물린 여파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에 따르면 일반교과 과외 참여율은 2024년 8.3%에서 지난해 6.9%로 1.4%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개인과외비 역시 3만7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14.7% 줄었다.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서도 초·중·고 학령인구(만 6~17세)는 2015년 622만2000여명에서 지난해 511만여명으로 10년 새 18%가량 줄었다.
치열해진 입시 경쟁 속에서 학부모들은 입시 전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형 학원이나 전문 강사를 선호하고 생성형 AI 등 새로운 학습 보조수단까지 등장하면서 대학생 과외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버는 돈은 줄어든 반면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대학생들의 일상 속 경제적 압박은 더 강해졌다. 서울 주요 대학가 식당의 대표 메뉴 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전통적인 대학가 문화인 '밥약'마저 부담이 됐다. 성신여대 재학생 나모씨(24)는 "2학년이 되고 나서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려다 보니 밥약 한 번에 최소 5만원이 깨진다"며 "후배에게 저렴한 식당을 가자고 하기 곤란해 혼밥할 때 1000원짜리 학생식당 아침밥을 찾아 먼 길을 돌아가거나 단백질 셰이크만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찍이 단기 알바나 소액 부업을 전전하는 'N잡러'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과외 등 고수익 알바가 줄다 보니 대체 일자리로 구직자가 폭주해 이마저도 문턱이 높아졌다. 최근 지역 생활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반려견 산책 알바를 구하려던 이화여대 재학생 최휘인씨(23)는 껑충 뛰어오른 경쟁률에 혀를 내둘렀다. 최씨는 "단순 단기 알바 공고에도 순식간에 지원 채팅 수가 100건이 넘는 걸 봤다"며 "최저시급 수준의 자리나 반려견 단기 알바마저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벌이가 낮은 이색 부업을 찾는 학생들도 늘었다. 수능 문제 풀이 앱에서 문제 하나를 풀어주고 700~1400원을 받거나, 메가스터디 등 인강 사이트의 수강평 및 문제 풀이 알바, AI 기반 숏폼 영상 제작 수익 창출까지 소일거리를 찾아 헤맨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민제씨(19)는 "틈틈이 수학 문제를 풀어 매일 1만원 정도를 벌고 생활비에 보태면서 학원 알바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불확실성과 고물가가 겹치면서 대학생들의 부채 위험도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대학생 생활비 대출액은 2023년 6406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8506억원으로 2년 새 32.8% 급증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도 늘어 일반 생활비 대출 연체 인원은 같은 기간 6241명에서 8101명으로 29.8% 늘었고 연체 잔액도 295억2000만원에서 386억9000만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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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물가 속에서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자금줄이었던 아르바이트 시장마저 위축되자 청년들이 생계형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학업과 생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전공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생활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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