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녹색전환, 비용 넘어 성장으로"…산업계 "투자할 여건 갖춰야"
기후부·KBCSD 리더스포럼 개최
AI·녹색전환으로 제조업 성장 모색
선제 투자·정책·금융 지원 필요성 강조
인공지능(AI)과 녹색전환을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기업의 선제 투자와 함께 정책·금융·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I 도입을 인력 감축에, 녹색전환을 규제 대응에 한정하지 않고 수주 경쟁력과 신시장 창출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무경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부문 사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회 KBCSD 리더스포럼·제8회 지속가능기업혁신포럼’에서 자원순환과 친환경 제련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제18회 KBCSD 리더스포럼·제8회 지속가능기업혁신포럼'을 열었다. 기업과 정부, 금융·법조계 관계자들은 AI 전환과 녹색전환을 결합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KBCSD 명예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시장이 다운사이드일 때 미래를 준비해야 업사이드가 왔을 때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AI 자율제조와 저탄소 공정에 대한 선제 투자를 강조했다. 현장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AI 기술을 내재화해야 시장이 열렸을 때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투자는 '계산된 위험'에 기반해야 한다고 짚었다. 공정별 에너지 효율과 탄소 감축 비용을 분석해 실현 가능한 과제부터 단계적으로 집행하라는 것이다. 허 명예회장은 "우리의 AI 기술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공급자 중심의 관성을 내려놓고, 고객과 사회가 직면한 생존 과제가 무엇인가를 함께 풀어내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강조했다.
특별강연에 나선 이경전 경희대 교수도 AI 전환의 목표를 비용 절감보다 고객과 시장 확대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우조선의 생산 일정 계획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열흘에서 보름가량 걸리던 일정 수립을 AI로 나흘로 줄이자, 효과는 업무시간 단축을 넘어 납기 대응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생산 일정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선주에게 인도 시점을 제시하고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회 KBCSD 리더스포럼·제8회 지속가능기업혁신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녹색전환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완 KBCSD 회장,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 정무경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부문 사장, 정준호 SK증권 대표,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서믿음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 교수는 "몇 명, 몇 시간, 얼마를 줄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고객의 고통을 없앨 것인가, 어떤 시장을 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AI 적용 과제도 시급성·파급효과·실현 가능성·위험을 함께 따져 선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원료 조달 방식과 사업구조를 바꾸는 녹색전환 사례가 제시됐다. 정무경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부문 사장은 아연·연 등을 생산한 뒤 남는 제련 부산물에서 금·은과 희소금속을 추가로 회수하는 통합제련 기술을 소개했다. 이를 폐배터리와 전자폐기물 등으로 확대해 재활용 원료의 조달부터 금속 생산까지 연결하는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자원순환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원료 조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녹색전환 전략"이라며 회수한 금속이 산업 원료로 안정적으로 사용돼야 순환구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를 실행하려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재완 KBCSD 회장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전력 인프라 확충의 병목을 기업 경쟁력의 현실적 과제로 꼽았다. 그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신호와 금융·법제도의 위험 분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정책의 지속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오일영 기후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과거 공시 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기업 담당자들이 준비 여부를 놓고 혼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국형 녹색대전환 전략이 정부 변화와 관계없이 이어지도록 법과 예산, 행정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공존을 기본으로 전력망과 시장제도를 함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8회 KBCSD 리더스포럼·제8회 지속가능기업혁신포럼’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 황병소 GS E&R 대표이사, 이종열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정준호 SK증권 대표이사, 최동렬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명노현 LS 부회장, 김태진 GS건설 사장,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KBCSD 명예회장), 김명자 국민통합위원회 고문,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 박재완 KBCSD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KBCSD 명예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KBCSD 명예회장),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정무경 고려아연 사장,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임경태 한라시멘트 사장,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윤종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병용 자연과환경 대표이사, 유봉석 네이버 CRO. 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원본보기 아이콘장기간에 걸친 투자 회수를 지원할 금융의 역할도 강조됐다. 정준호 SK증권 대표는 현재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도 신뢰할 수 있는 감축 계획을 갖추면 전환금융을 통해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업종별로 어떤 기술과 투자를 전환으로 인정할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책금융의 보증·후순위 참여 등으로 민간의 투자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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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전력과 입지, 송전망을 함께 검토하고, 한 번 검증한 탄소 데이터를 규제 대응과 수출·금융 심사에 재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제안했다. 정 대표는 "전환금융은 비용을 줄여주는 돈이라기보다는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뒷받침하는 금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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