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뮤니티2' 권성민 PD 인터뷰

정치에서 경제로 확장한 사회 실험
2편 집단으로 갈리자 갈등도 깊어져
골드팀 완전 고립에 제작진도 당혹
"전쟁은 허구지만 실제 긴장감 느껴"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을 연출한 권성민 PD.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을 연출한 권성민 PD. 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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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우리가 서로 만나고 섞이는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상대방의 일부만 보고 판단하는 일이 늘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견디는 힘도 약해지고 있죠."


웨이브 예능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을 연출한 권성민 PD는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들이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더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출연자들이 8박9일간 집단을 꾸려 생존과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사회 실험형 서바이벌이다. 시즌1에서는 정치적 신념이 다른 개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꾸렸고, 시즌2에서는 서로 다른 자원을 가진 집단들이 거래와 협상, 전쟁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권 PD는 "시즌1이 경제를 움직이기 위한 공동의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시즌2는 공통의 시스템 없이 서로 협상과 협약만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라며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교류가 일어나는 방식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에서 경제로 주제를 확장한 데에는 달라진 국제 정세도 영향을 미쳤다. 시즌1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화한 젠더·정치 갈등에서 출발했다면, 시즌2는 국가 간 이해충돌과 경제적 갈등에 주목했다.


그는 "국내 문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는 모든 국가가 따르는 공통의 제도가 없다"며 "협약과 협상에 의존하다가 한쪽이 발을 빼면 무력화되는 모습이 지금 국제사회가 겪는 혼란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를 게임으로 옮기면서 비교우위에 따른 거래, 화폐 발행과 물가 상승, 최후통첩 게임 등 경제학의 기초 개념을 활용했다. 전쟁도 빼놓지 않았다. 인류가 치른 전쟁의 상당수가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이트팀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블루팀에는 자원부국, 골드팀에는 후발 패권국의 성격을 부여했다.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 한 장면.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 한 장면. 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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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구분은 출연자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즌1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했지만, 시즌2는 집단 간 경계가 생기면서 교류의 기회부터 줄었다. 권 PD는 "시즌2의 갈등이 시즌1보다 격해졌다면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 PD는 시즌1 출연자 지니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지니는 시즌1 사전 가치관 테스트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시즌2 제작 과정에서 다시 참여한 테스트에서는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며 훨씬 부드럽게 답했다. 권 PD가 이유를 묻자 지니는 자신과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 속에서만 살아오다가 평소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8박9일 동안 부대낀 경험이 컸다고 답했다. 권 PD는 "현실에서도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즌2에서는 골드팀이 제작진의 예상보다 심하게 고립됐다. 제작진은 골드팀이 완전히 배제되면 극단적인 결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규칙에 반영했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권 PD는 "현장에서 골드가 계속 고립되는 모습을 보면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합숙 기간 출연자들의 상호작용은 일반적인 보드게임처럼 사전 모의실험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검증하기 어려웠다.


첫날 마트 운영을 맡은 벡터가 음식을 공짜로 나눠주자 제작진 사이에서는 이를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출연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았다. 권 PD는 "마지막 게임에 선택의 딜레마를 너무 촘촘하게 설정하려다 보니 예상에서 벗어났을 때 결과도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갔다"며 "변수를 너무 많이 설정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을 연출한 권성민 PD.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을 연출한 권성민 PD. 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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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두뇌 서바이벌이 문제 해결 능력과 전략에 무게를 뒀다면, '더 커뮤니티'는 인간관계와 협상, 집단의 이해관계를 중심에 놓았다. 규칙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것도 비디오게임의 단계별 학습 방식에서 착안했다. 첫날 거래를 익힌 뒤 전쟁 등 새로운 규칙을 차례로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현실처럼 출연자들이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5회에서 전쟁을 앞둔 출연자들의 움직임이다. 출연자들이 전쟁을 예감하며 움직이던 당시의 긴장감이 카메라에 담겼다. "허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인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은 진짜잖아요. 그 감정이 연기가 아니라는 걸 카메라로 볼 수 있다는 게 다른 콘텐츠에서는 보기 어려운 예능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권 PD는 사회과학에서 발견한 재미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예능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시즌3 제작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와 경제 외에도 철학, 종교, 문화인류학 등 다룰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냉전 시대 보이저 탐사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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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을 놓고 경쟁하던 때였지만, 사람들이 외계 생명체에게 신호를 보내는 데 마음을 쏟았던 건 지구라는 공동체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여러 나라의 인사말을 녹음한 음반을 우주로 보낸다는 게 얼마나 낭만적인 발상인가요. 그런데 우리는 점점 그런 공동체의 감각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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