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로봇 구매로 초기 시장 조성…실증·안전 인증 지원 필요
대기업·부품사 공동 개발 및 수요 예측 가능성 높여야
기술 개발 넘어 국산화·양산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 과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로봇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주도의 실증과 초기 수요 창출, 핵심 부품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술 개발에 머물러서는 시장 선점이 어려운 만큼 로봇의 현장 적용부터 검증, 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AI 로봇 산업 생태계 전략 국회 포럼'에서는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와 기업별 사업 전략이 논의됐다. 이날 포럼장에는 로봇 산업에 대한 관련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참관객으로 붐볐다. 패널들은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을 실제 구매와 양산으로 연결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내 로봇 부품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기술력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류재완 SBB 대표는 자체적으로 제품 기술력을 높이면 고객이 구매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우리가 좋은 제품 만들어도 고객이 당장 쓰지 않는다"라며 "실제로 이제 채택이 가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고객사가 제품을 도입할 수 있도록 개발 단계부터 수요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류 대표는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밝혔다. 로봇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 기업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최적화하고, 고객사의 품질 기준과 양산 역량을 결합해 실제 제품 채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는 특히 국내 부품 기업이 첫 번째 납품 실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합·검증 비용을 문제로 꼽았다. 류 대표는 첫 번째 레퍼런스에 들어가는 통합하고 검증 비용 기업이 자체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크다"며 정부가 관련 비용을 낮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수요 기업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실증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품 기업이 양산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요 확보도 필수적이다. 대기업이 향후 필요한 부품과 개발 일정을 사전에 공유하면 중소·중견기업이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기업과 부품 기업의 공동 개발을 통해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반복적인 주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호득 현대자동차그룹 상무는 미국과 중국이 로봇 산업의 밸류체인 구축을 놓고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인지·판단 알고리즘과 제어·학습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하드웨어 제조와 양산, 현장 데이터 수집 등 상용화 측면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상무는 "한국의 로봇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정렬하고 파편화되지 않도록 정부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합 전략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기업이나 대학·연구기관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 로봇 산업의 과제로 전문 제조 거점과 데이터 학습·훈련 거점, 초기 수요를 창출할 실증 기반의 부족을 꼽았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실증 사업과 공공 수요 창출, 데이터 수집 및 안전 인증 관련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덕현 RS오토메이션 대표는 AI 기술을 로봇 부품과 제조 현장의 노하우에 접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로봇 AI 모델은 작업 대상의 위치나 형태, 조명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학습 모델에 물리 모델과 제조 경험을 결합해 신뢰성과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킬, 제조 경험, 노하우, 부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들을 하이브리드로 뽑아서 쓸 수 있고, 그 모든 과정을 에이전트 러닝이 알아서 한다"고 설명했다. 부품 기업이 보유한 센서·드라이브·컨트롤러의 기능을 표준화된 기술로 연결하면 다양한 로봇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로봇 시장을 제조업에 한정하지 말고 서비스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모든 산업 현장에 적합한 해법은 아니라며 작업 환경과 임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로봇 시장과 로봇 산업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충분히 로봇이 활용될 수 있다는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와 스마트팜 등 전문 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기존 로봇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로봇의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사고 책임과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나 캠퍼스 등 일정한 공간에 로봇을 투입해 시민들의 수용성과 반발을 살피는 실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참석자들은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을 넘어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초기 시장과 실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부품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를 실제 구매와 양산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국내 로봇 산업의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도 공공부문 로봇 보급을 통해 초기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태현 산업통상부 산업인공지능정책관은 공공부문 로봇 도입이 기업의 초기 매출 확보뿐 아니라 성능 개선을 위한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정책관은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초기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장 데이터를 모아 재가공하면 다시 로봇 성능이 개선되는 데이터 플라이휠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로봇을 보급한 뒤 사후 관리와 활용 성과 점검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일우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로봇 PD는 AI와 하드웨어, 부품, 수요기업을 연결하는 협력 생태계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특화 AI 모델과 핵심 부품, 장시간 작업이 가능한 신뢰성 높은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는 동시에 산업 현장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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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PD는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국산 AI 모델과 시뮬레이터,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로봇의 현장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업종별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확산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동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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