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작가 5팀 참여한 아트 커미션 신작 23일 공개
앤트로픽 AI '클로드' 활용…기술의 작동 원리·판단 기준 탐구
103개 모니터 설치부터 증강현실 체험까지…11월 13일까지 무료 전시
인공지능(AI)은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내놓을까. 기계가 내린 판단을 인간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으며, 그 판단이 인간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AI 연구의 핵심 질문을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예술 작품으로 풀어낸다.
한화문화재단은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과 협력해 국내 작가 5개 팀의 신작을 선보이는 아트 커미션 전시 '애즈 애즈 파서블(AS ___ AS POSSIBLE)'을 오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서울 여의도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앤트로픽의 AI 연구에서 출발한 질문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앤트로픽이 한국 문화예술재단과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앤트로픽은 작품 제작을 후원하고 참여 작가들이 창작 과정에서 자사의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전시 제목 'AS ___ AS POSSIBLE'은 '가능한 한 ___하게'라는 뜻이다. 빈칸에 '정확하게', '이해하기 쉽게', '바람직하게' 등 어떤 말을 넣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기술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기준으로 정확성과 바람직함을 판단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전시의 중심에는 AI 연구의 두 가지 개념인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과 '정렬(Alignment)'이 있다. 해석 가능성은 AI 시스템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하는지 이해하려는 연구다. 정렬은 AI가 인간의 의도와 가치에 부합하도록 작동하게 하는 문제를 다룬다. 참여 작가들은 이 같은 기술적 과제를 영상과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매체로 옮겼다.
정가희의 '103 얼리 힌트(103 Early Hints)'는 103개의 작은 모니터를 매달아 구성한 설치 작품이다. 화면에는 작가의 이전 작업에 등장했던 인물과 사물을 재구성한 장면이 감시 카메라 영상처럼 반복된다. 컴퓨터 시스템의 상태를 나타내는 코드도 함께 표시된다.
코드는 시스템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지만,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관람객은 여러 화면을 오가며 단서를 얻지만 전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작품은 기술이 제공하는 정보와 인간이 실제로 이해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염인화는 '찬드라 연대기: 인 뉴로버스'를 통해 서로 다른 신경 유형과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 살아가는 가상의 세계를 구현한다. 관람객은 증강현실(AR)과 결합한 보행대에 올라 AI 기반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다양한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 과정에서 신체와 인지 능력이 확장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작품은 하나의 기준에 맞춰 모든 존재를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서로 다른 지능과 감각을 지닌 존재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남민오는 '로켓 시퀀스 #11 오비트(Rocket Sequence #11 Orbit)'를 선보인다. 모노폴리 게임 영상과 소리의 진동을 전달하는 설치 구조물을 결합해 인간이 현실을 일정한 규칙과 목표에 따라 이해하려는 방식을 살펴본다.
우박 스튜디오의 '바디, 스틸, 무빙(Body, Still, Moving)'은 디지털 지도에 포착된 사람들의 모습과 공간을 재구성한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인물들을 한 화면에 겹쳐 놓으며 디지털 기술이 인간과 도시의 풍경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방식을 다룬다.
추미림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합니다'는 클로드와 함께 컴퓨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의 계산 과정을 탐구한 작품이다. 프로그램이 선을 연결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새로운 시각적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AI가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창작을 보조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 자체의 작동 방식과 판단의 기준을 예술적 질문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들은 AI를 표현 도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기술이 인간의 인식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작품의 주제로 끌어들였다.
한화문화재단은 이번 협업을 통해 해외 주요 미술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기존 사업과 함께 동시대 작가의 창작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성수 한화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앤트로픽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며 "해외 미술관의 컬렉션을 국내에 소개하는 기존 활동과 더불어 동시대 작가의 창작을 지원하는 재단의 기획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통장에 찍힌 돈이 왜 이래"…연금저축 가입자들 당황한 이유
전시는 퐁피두센터 한화 G층 로비와 1층 멀티스테이션 일대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