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S 도입' 더벤처스 조여준 파트너 인터뷰
오프라인 콘텐츠 창업 아이디어 RFS로 공유
"창업자들에게 창업 '빈자리' 알려주는 역할"
벤처캐피털(VC) 더벤처스 홈페이지 아래에는 다른 VC 홈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는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Requests For Startups(RFS·오픈형 투자요청서'다. RFS는 창업자가 많지 않은 사업 아이템을 VC가 먼저 공개하며 투자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는 익숙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생소한 방식이다.
더벤처스는 국내 VC 최초로 RFS를 도입해 네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관련 사업을 이끌어갈 창업자를 찾고 있다. 조여준 더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파트너는 RFS에 대해 "창업자들에게 '빈자리'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신기술의 앞단에 서 있는 VC가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어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RFS로 '오프라인 콘텐츠' 창업자 찾는다
더벤처스는 RFS로 테크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소비재 창업자와 무슬림 여성 타깃 K-브랜드·IRL(In Real Life·오프라인 콘텐츠)·두피케어 사업 창업자를 찾고 있다. RFS 공개 후 해당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창업자들과 만나며 적절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조 파트너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IRL이다. IRL은 조 파트너가 미국 사회를 바라보며 느꼈던 변화가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조 파트너는 "지난 10여년 간 온라인에서 인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다시 현실의 만남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연장선에서 이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유휴부지가 많은 지방과의 연계도 고민해볼 수 있다.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외국인들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찾는다는 점에서도 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 파트너는 "미국에 말차가 유명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외국인들이 보성을 알고 있고 또 가보고 싶어 한다"며 "지역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 돼 있는데, 그렇기에 사업 기회는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주도만 하더라도 관광할 수 있는 지역이 고르게 분포돼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실생활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의 잠재력이 크다"며 "가령 우리에게 한옥은 할머니·할아버지 댁으로 기억되지만,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환상적일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지속가능성이다. 조 파트너는 "구체적으로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청평에서 진행하는 콘텐츠를 상상해봤다"며 "배틀그라운드의 고향인 한국에서 사람들이 매년 혹은 계절별로 지역을 바꾸어가면서 모일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이 콘텐츠와 관련해 성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게임으로 예시를 든 것이고 스토리텔링이 강한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글로벌 플랫폼화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RFS, 자리 잡으려면…"완벽함보다 시도가 중요"
RFS는 이미 글로벌 VC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창업자 발굴 방식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Y콤비네이터는 2009년부터 RFS를 공개해왔으며, 마찬가지로 글로벌 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도 RFS를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국내는 더벤처스의 업계 최초 도입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주목받았다.
조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상대적으로 초기이다 보니 메가트렌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창업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요즘은 시장이 더욱 성숙해지고 커지고 있다"며 "메가트렌드의 경우 창업가 개인이 파악하긴 어렵기 때문에 많은 창업자를 만나며 이를 빠르게 체감하는 VC들이 트렌드를 공유하면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RFS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RFS가 한국 스타트업계에도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파트너는 "미국은 사업을 도중에 그만두는 것에 대해 관대한 편인 반면 한국은 창업도 전에 너무 많은 것을 고민한다"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떻게 사업으로 발전시킬지 사람도 모아보고 고민도 해보고 다른 것으로 피벗(사업방향 전환)도 하는 등 시도를 더 편하게, 많이 해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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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벤처스는 RFS를 통해 아이디어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아직 다음 주제를 명확하게 정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을 참고하며 트렌드를 꾸준히 읽고 있다. 조 파트너는 "어렵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AI 에이전트가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창업자를 찾고 싶다"며 "현재 AI 에이전트는 법인격이 애매한데 샌드박스가 있는 환경에서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 실험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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