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네이버·직방 이기자" 호소에도…빗썸 '부동산 플랫폼' 진출 또 제동
공인중개사協과 업무제휴 추진했으나 불발
사장까지 나서 협회 설득했지만 업계 반대 커
빗썸의 부동산 플랫폼 진출 계획은 구체화
광고 무료, 매도자 직접 등록…차별점 강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네트워크 플랫폼'을 내세우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업무제휴를 추진했으나 또다시 불발됐다. 빗썸은 협회를 설득하려고 장문의 글을 통해 "진심을 다했다"고 호소했지만 중개업계 반발을 넘지 못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빗썸과의 '부동산 정보 연동 및 관련 서비스 운영을 위한 업무제휴 계약'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철회됐다. 참석한 이사 중 상당수가 안건 상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계약은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부동산거래정보망 '한방'의 매물 정보를 빗썸부동산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거래정보망 고도화 비용 등을 지원받는 내용이다. 빗썸부동산은 빗썸이 중개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면서 설립을 검토 중인 회사다.
빗썸과 협회 간 업무제휴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해당 안건은 지난달 협회 이사회에는 상정됐었지만 이사 과반 찬성을 받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한번 부결됐던 안건이기 때문에 전날 이사회에서는 재상정을 위한 표결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엔 상정조차 못 하고 철회됐다.
빗썸 측은 이사회를 앞두고 중개업계의 반대 의견이 커지자 지난 19일 협회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호소문을 보내 막판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14페이지 분량의 이 글은 빗썸 허백영 사장 명의로 작성됐다.
해당 글과 업무제휴 계약서 초안, 빗썸 측의 설명자료 등을 종합하면 빗썸은 네이버부동산이나 직방 등 기존 부동산 중개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상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매물을 등록하는 중개사에게 광고비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이버부동산과 직방 등 기존 플랫폼의 높은 광고비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일선 중개사들의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글에서 "광고비를 받지 않는 빗썸부동산이 나타나면 다른 플랫폼들은 중개사를 붙잡아두기 위해 광고비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저희는 광고비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쓰는 많은 이용자의 적은 이용료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 먼저 지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특징은 중개사만 아파트 등 매물을 등록할 수 있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빗썸 플랫폼에서는 매도자도 직접 매물을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빗썸은 이 같은 방식으로 등록 매물 수와 거래 성사 건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허 사장은 글에서 "마음만 있고 시장에 나오지 않던 매수·매도 의사를 끌어내면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다"며 "이렇게 해서 총 거래액과 거래 횟수를 몇 배로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개사들에게 돌아가는 중개보수도 늘어난다"고 했다.
매도자가 플랫폼에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하되, 매도인과 매수인이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락할 수 없도록 해 직거래가 가능한 당근마켓과도 차별화했다.
특히 허 사장은 "빗썸은 협회와 손잡고 네이버, 직방, 당근 같은 플랫폼과 경쟁해 함께 이기자는 마음으로 찾아왔다"며 "광고비를 받지 않는 네트워크 플랫폼이 나오면 이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빗썸은 가진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신규 사업에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첫 단추인 협회와의 업무제휴 계약이 다시 불발되면서 빗썸의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다음 이사회에 이 안건을 다시 상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이미 두 차례 불발된 데다 업계의 반발도 상당해 협회와 빗썸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빗썸과의 업무제휴 계약 안건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며 "(재상정 여부는) 협회 정관 규정 등을 들여다보고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부동산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면 결국엔 중개사들 간 경쟁이 심화하고 광고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빗썸이 당장은 광고비를 받지 않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 높아진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추후 유료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규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업계가 플랫폼에 더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중개사들의 근원적인 고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방의 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민간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는 중개사가 많다"며 "매물 공유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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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측은 이와 관련해 "공인중개사협회와도 업무제휴를 협의해 왔지만 본격적인 제휴가 진행된 상태는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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